오피니언일반

국회는 민생을 끝까지 외면할 텐가

연말을 앞두고 국회가 또 올 스톱됐다. 국회 파행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00여 건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포항지진 특별법’과 ‘민식이법’, ‘유치원 3법’ 등 민생법안 제정이 무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이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라 계속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안과 공수처법 등 한국당이 반대하는 법안의 처리를 막겠다는 의도다.

한국당 의원 100여 명이 4시간씩만 필리버스터 한다면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10일까지는 관련 법안 표결을 저지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가 열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강행한다면 '포항지진특별법'을 비롯한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등 민생 관련 법안의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의 다툼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민생법안이 정쟁의 볼모가 됐다. 국회에서 법안이 계속 표류되면 자동 폐기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존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선언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타협에 난항이 예상된다. 예산안과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 시한을 불과 하루나 이틀 남겨둔 마당에 협상은 실종됐다.

국회가 극한 대립에 들어간 것은 선거법 때문이다. 패스트 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의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정당과 의원들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 트랙에 한 묶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공수법보다는 선거법이 더 문제다. 여야의 밥그릇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밥줄보다는 민생법안이 우선이다. 국민들은 여야의 정파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당장 국민들은 먹고살기에 급급한 상황인데 허구한 날 국회 안팎에서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진절머리만 낸다.

물론 선거법 처리를 강행하는 여당이 원인을 제공했고 한국당으로서는 필리버스터 밖에는 저항 수단이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필리버스터를 택한 한국당 처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당에 정치력 발휘를 주문한 홍준표 전 대표의 말처럼 협상과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안 되면 오신환 의원 등이 제시한 원 포인트 민생 본회의라도 열어야 한다.

특히 ‘포항지진특별법’의 통과는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조속히 법이 제정돼 지진으로 피해 입은 포항 시민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당파적 이해 때문에 국민이 인질이 되어선 안 된다. 민생법안을 속히 통과시켜라. 국민의 준엄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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