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기업에게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또 새로운 겨울에 들어섰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니라 해도 바람은 차고 그만큼 아침저녁 출퇴근 길의 발걸음을 움츠리게 한다. 그래도 마음은 한 해 중에 이맘때가 가장 어수선하니 바쁘다. 잘했건 못했건 지난해를 돌아보며 평가하고, 다음 해에는 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걱정하고 계획하기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맘때쯤이면 그동안 모아온 내년도 국내외 경제나 관련 업계 전망을 토대로 현업에서 생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전략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미 이런 일들을 마쳤다면 우선 마땅히 축하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서둘러야 하겠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내년도 구상은 올해보다 더 좋게 계획한 곳은 많지 않다는 소리도 들린다. 또 내년 사업을 구상 중인 기업 가운데 손에 든 각종 전망 자료로부터 큰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겨우, 2% 성장률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담당자들이 희망요인을 찾아내 경영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년도에도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업황이 크게 나아질 것 없다는 점들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힘들게 만 느껴질 것이다.

내년도 우리 주력산업들의 전망은 과연 어떨까? 한 민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숨겨진 경고를 읽어낼 수 있다.

우선 국내외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대표적인 산업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과 같은 소재산업은 타 산업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고,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는 경기 회복기나 호황기에 나타나던 신제품 효과에 크게 기대지 못한다는 경고다.

또 몇몇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기저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년에는 지표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체감상 회복은 어렵다는 경고다. 예를 들어 ICT는 5G의 본격 도입과 같은 시장 호재가 있지만, 글로벌 수요 확대와 같은 대규모 회복 모멘텀은 없다. 기계 산업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ICT 관련 부문의 호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여 전방위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부문에 대한 규제로 침체가 이어질 산업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업으로 공공부문에서는 경기방어를 위한 정부 SOC 예산 증가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부동산 시장 규제가 지속되면서 민간부문에서는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특히 공공부문의 3배 이상 규모에 달하는 민간부문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체 건설업 경기 회복세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외에도 각종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규제가 강화되거나, 규제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는 등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야도 상당수 있다.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참으로 난망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경고가 그대로 맞아떨어진다면 내년에도 어김없이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우리 기업들은 보내야 할 것 같다. 최대한 돈을 아껴 써라, 사내 유무형 자원의 효율화를 꾀해라, 만일에 대비한 비상경영전략을 갖추라 등의 말은 있지만 지금 당장 계획에 반영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탁만은 꼭 하고 싶다. 정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허버트 스펜서의 생물학 원리를 다시 읽고 적자생존의 깨달음을 얻으라는 것은 아니다.

수천석두(水穿石頭)라는 말이 있다. 마치 작은 물방울이 거대한 바위를 뚫어내는 것처럼 힘든 일이지만, 살아남아 있다면 언제든 기회는 오기 마련이라는 사실만큼은 기억해 줬으면 한다는 바램인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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