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 18일부터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1시간씩 앞당기는 ‘8 to 5 근무제’에 들어갔다. 현재의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으로 변경한 것이다.

포스코의 근무시간 변경은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직원들의 삶은 물론이고 경제·교육·문화 등 지역사회 전반에 미치는 긍적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대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포항의 대표기업 포스코의 새로운 근무시간은 제대로만 정착되면 지역사회 모든 부문에 여유와 할력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근무시간 변경은 지난 9월 임금·단체 협상에서 노사 합의로 이뤄졌다. 현재 8 to 5 근무제는 조선 3사(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현대중공업)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사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하나의 트렌드로 뿌리내려 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성급한 시행으로 근로자 50~299인 기업의 경우 시행이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포스코 측은 “근무시간 변경은 직원들이 늘어난 저녁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 to 5 근무제는 포스코 계열사 뿐만 아니라 포항철강공단 내 협력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 상공계는 침체에 빠진 지역 상권의 경기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챙겨나가야 할 사안들도 적지 않다.

자칫 잘못 운영되면 직원들의 저녁 여가시간 보장을 위한다는 제도가 출근시간만 당겨지고 퇴근시간은 그대로 가는 ‘나쁜 제도’로 변형될 수도 있다. 실제 오래 전 일부 기업에서 시행한 이 제도가 직원들의 반발을 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포항시 등에서는 각종 문화시설 이용시간 조정과 함께 조기 출근에 맞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맞벌이 부모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는 관공서나 다른 기업과 근무시간 불일치로 인한 업무 차질이나 비효율이 없도록 신경써야 한다. 하도급 업체나 협력업체의 의사에 반해 조기 출근을 강요하는 쪽으로 불똥이 튀어서도 안된다.

이번 포스코의 근무시간 변경이 재택근무 확대, 자율 근로시간제 도입 등 전체 근로자들의 근무형태 다양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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