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과 임종석이 던진 정치판의 물갈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당은 역사의 민폐’ ‘좀비 같은 존재’라며 “모두 불출마하고, 완전 새 주체가 중도·보수 맡아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이 정치권의 인적 쇄신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특히 보수의 성지로 안주하고 있던 TK(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발등의 불이 됐다. 가뜩이나 ‘진박’과 ‘친박’ 등으로 나뉘어 한국당의 적폐로 치부돼 온 TK 정치인들이다. 정치인 물갈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비켜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당은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까지 최근 3차례의 선거에서 내리 참패했다. 그때마다 혁신과 인적 쇄신을 통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선 ‘친박’과 ‘진박’ 편가름을 하고 있을 때냐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서로 눈치만 볼 뿐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 바람이 불어도 TK는 꿈쩍않고 있다. 지역민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는 TK 의원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TK는 치열한 자기반성과 헌신 없이는 이대로 주저앉고 만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TK 의원들은 아무도 자기희생을 하려는 이들이 없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입지를 굳힌 TK 의원들이 황 대표 그늘에서 또다시 차기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재공천이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 기득권을 유지하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김세연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물러나고 한국당을 해체하고 새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현 한국당의 체제로는 다음 총선이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국당은 천막당사 시절의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는 더 이상 미래는 없다.

타 지역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몸을 사리고 있는 TK 의원들은 TK의 자존심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 몸 하나 던져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TK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정치인은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한국 정치의 본산이자 보수의 성지 격인 TK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오기도 없을 줄이야.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기득권 지키기가 민폐인지도 모른다. 변할 줄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TK 정치인들이다.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 없이는 정권 재창출은 꿈도 꾸지 마시라. 잘 못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