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는 국민에게 지는 대통령으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모두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2017년 5월 9일 자정이 임박한 무렵 서울 광화문 네거리, 상대 후보들을 따돌리고 당선이 거의 확정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당시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든 혹은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가 흥분했고 또 기뻐했습니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꼭 만들겠습니다.” 이 말을 했을 때 아무도 후보자가 기쁨에 겨워서 오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 나가서 이겼고 전임 대통령의 추락을 지켜봤을 후보자로서 준비된 발언이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당선인의 그 빛나는 선언은 부도수표가 됐습니다. 21.8%의 지지율을 보냈던 대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불통하는 대통령, 당신들만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선 당시 득표율 41.1%를 밑도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그런 불만의 소리를 담은 때문일 겁니다.

지난 9일 임기 절반을 지나온 대통령께서는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다시 꺼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하긴 우리 개인사에서조차 어느 땐들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위정자들이 말하는 ‘이번 선거’가 중요하고, ‘올해’가 중요하다는 식의 수식어는 언제 어디에서 쓰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의 임기 2년여를 통해서 던진 메시지는 익숙한 과거와의 단절이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대통령 연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고,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고, 그러면서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 것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각오를 곳곳에서 확인했습니다.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는 가장 큰 변수는 경제문제이고 민생이라고들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며 그 척도는 민생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입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추진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욕심의 수정이 필요한지는 후보 시절처럼 경제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시는 나라다운 나라인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 문제는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비하면 조금 미뤄 두어도 좋을 일입니다.

그런데 그 나라다운 나라는 국민이 이기는 나라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사례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는 불만이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는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것은 실망 그 자체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왜 끝까지 국민을 이기려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렇게 비호했습니다. 검찰이 장관 임명도 하기 전에 내사했다거나 표적수사 했다거나 한 개인을 이렇게 철저하게 과잉수사한 적이 없었다고. 검찰이 할 일이고 국민들이 바랐던 수사였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는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와 함께라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인물들을 데리고는 적폐를 청산할 수도, 선거법을 개정할 수도, 검찰을 개혁할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님,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데 앞장서지 말고 한중간에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데 중심을 잡아 주십시오. 그것이 대통령님이 강조하시는 통합이고 소통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을 이끌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경제는 그 다음 챙기시더라도 말입니다. 정권재창출을 넘어 진정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님의 커다란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이런 약속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내기를 기원합니다. 언론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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