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망 앞에서/ 김민기

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 힘없이 서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길/ 새들은 날으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 녹슨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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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명징하게 서정적으로 통일을 염원한 노래가 또 있을까.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졌으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불리어지기로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햇볕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다. 햇볕정책의 기본 틀은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정착에 토대를 두고 발전시켜나가면서 ‘남북연합’이라는 과도적 통일 체제를 거쳐 완전한 통일로 향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도 큰 틀에서 이와 다르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도 이를 계승발전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반환점을 돈 이때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역시 한반도 평화통일의 물꼬를 다시 텄다는데 있다. 보수정권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군사분계선에 있는 군대를 비무장 시키고 끊어진 남북 철길을 잇고 있다. 통일을 바라는 남북 동포들은 이미 새가 되어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고 그 위를 훨훨 날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은 만약 김정은이 바로 앞에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유시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간절하게 “문재인 대통령 같은 사람 다시 못 만난다”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당부다.

‘10.4 공동선언’부터 꼭 실천하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정치란 어떤 경우에도 대중보다 한발자국 먼저 나가야하는데, 꼭 그렇게 하시라” 국민의 눈치를 너무 살펴서도 곤란하고, 국민의 의식과 역사를 항상 선도해가라는 당부였다. 이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철학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도 대통령에게 힘과 믿음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김용옥은 “우리 국민의 오판이 현재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과거보다 훨씬 험난한 가운데서 문 대통령이 어렵게 뚫어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었다.

지난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되는 날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서냉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베를린 장벽이 독일분단 44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지 28년 만인 1989년 11월 9일 무너진 것이다. 11개월 뒤인 1990년 10월 3일엔 역사적인 통일을 달성한다. 그리고 30주년 기념일, 동독 출신으로 3선 총리인 메르켈은 이날 장벽 인근 예배당에서의 기념행사에서 “베를린 장벽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면서 “전 세계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녹슨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두면 반드시 통일은 오리라.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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