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TK에는 정치만 있고 ‘경제는 없다’

TK에는 정치만 있고 경제는 없다



정치인들을 보고 흔히 일반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됐으리라 짐작한다. 평소에는 민생, 경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얘기하면서도 정작 정치판에 들어가 하는 걸 보면 언제 그런 말을 했던가 싶고, 또 경제야 어찌 되었건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를 너무 자주 보이니 나오는 말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월 중순께 대구에서 지역 기업인들을 만나 민부론(民富論)에 대해 강연했다. 이 민부론은 자유한국당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항해 만들었다는 경제정책인데, 여기에는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가구당 연간소득 1억 원 등 부자나라 만드는 정책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황 대표가 다녀가자마자 정의당 대구시당에서 긴급논평을 내놨다. 요지는 전국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대구에서 어떻게 민부론 얘기를 꺼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비판에는 물론 민부론을 대기업 편향 정책으로 보는 정의당의 판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경제 이슈 선점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수, 진보할 것 없이 그렇다.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이만한 재료가 없을 것이고 또 현재 경제 상황이, 민생의 어려움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대구에서는 지난달 일부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침체한 지역경제 상황 때문인지 경제 관련 기관의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10월17일 대구국세청, 한국은행대구경북본부 합동국감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지역의 대표정치인 중 한 명인 바른미래당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이 대구 GRDP(지역내총생산)가 26년째 전국 꼴찌라는 점을 거론하며 두 기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두 기관 수장에게는 또 지역 경제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 지역경제를 살려낼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도 했다.

장관을 했던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 남구-울릉) 의원도 이날 대구국세청장과 한국은행대구경본부장에게 맨날 꼴찌고 바닥인 대구·경북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반적인 심층 대책을 제시하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두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 정가는 물론이고 세간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그리 곱지 않았다. 시민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경기 탓에 속앓이하고 있는데,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살펴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통계상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시장의 체감경기까지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두 의원의 말이 마치 자신들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에 훈수 두는 듯한 태도로 비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절실함이 안 느껴졌다는 것이다.

한술 더 뜬 것은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 강연에 동행했던 자유한국당 김광림(안동) 최고위원이 지역 기업인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면 대구도 GRDP 자체가 전국 평균으로 따라간다.” 물론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역민들은 그동안 봐온 지역 국회의원들의 처신에 숱하게 실망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 낙담했을 것이다.

정치가 무엇일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걸 정치의 역할이라고 본다면, 먹고사는 일, 경제는 당연히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는, 정치인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

국민이 생업을 제쳐놓고 거리에 나가 정치가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정도라면, 이런 정치는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막힌 일은 정례행사처럼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치는 달라지지 않았고, 심지어 달라질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지역에는 ‘지역경제는 나 몰라라 하고 정치만 하려는 정치인들만 있다’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 국민에게 온전하게 힘 있는 날인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민생은 챙기지 않고 정치만 하려는 가짜정치인이 있다면 심판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해야 먹고사는 일에 그나마 그들이 관심이라도 가져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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