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ㆍ김경화 부부, 자연에 물든 세상 브랜드로 모둠쌈체소 출하

상추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웰빙 채소다.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가 원산지다. 신라, 백제 등 삼국시대부터 우리 식생활과 깊은 연관을 가진 상추는 비타민을 흡수할 수 있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그 역사는 4천500년께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래된 채소다.

우리나라 최초 한류 채소로도 알려진 상추는 과거부터 ‘복을 싸 먹는 상추’로 불리고 있다.

생으로 먹는 채소란 의미인 ‘생채(生彩)’에서 유래된 상추로 억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농가를 소개한다.

◆농사의 농(農)자도 몰랐지만 전문 꾼으로 변신

칠곡군 동명면 팔공산 끝자락 아래 아침의 조용한 햇살이 내려앉는 양지바른 곳에 하얀 비닐하우스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밤새 자란 씽씽한 상추가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한다.

이곳은 무농약 청정상추를 사계절 내내 재배해 연간 억대의 매울을 올리는 ‘자연에 물든 세상 농장’이다. 6천585㎡ 규모의 이 농장은 김두식(59) 대표와 부인 김경화(56)씨의 삶의 터전이자 꿈과 희망을 거두는 곳이다.

‘사락사락! 똑똑!’ 상추 따는 소리와 함께 이들 부부는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들은 전업농이 아니었다. 농사의 농자도 몰랐다. 비닐하우스 설치 공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김 사장이 1998년 IMF 때 경영악화로 회사가 부도나 4억 원에 달하는 빚을 져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태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다 사업실패로 진 빚을 갚아야 하는 고통 등은 어렵고도 막막한 현실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벅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사장 부부는 도시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농촌 체험 기회 제공과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농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토마토, 상추, 고추 등을 재배하는 텃밭과 체험농장 운영에 도전했다.

그러나 수입은 고사하고, 애지중지 키우던 채소가 병해충으로 70%가량을 폐기해야 하는 낭패를 겪으며 또다시 빚을지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하늘도 무심하다’는 원망과 한탄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은 김 사장 부부의 편이 돼주었다.

◆칠전팔기로 이뤄낸 채소 강소농

김 사장 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면 된다’는 굳은 의지와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다는 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에 우연히 동명면 최병천 동명농협조합장으로부터 쌈 채소 비닐하우스 재배를 권유받았다. 김 사장은 귀가 솔깃했다. 비닐하우스를 짓는 것은 과거 자신의 전문업이었다.

하지만 쌈 채소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김 사장의 채소농사는 “물만 주면 자라는데 뭐 그리 어렵냐”며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상추재배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은 물론 토양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재배에 나서 상추의 질과 맛이 떨어지는 등 말 그대로 형편이 없었다.

실의에 빠진 김 사장은 이 기회를 통해 ‘채소농사도 재배기술은 물론 출하할 곳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를 실감하고 스스로 ‘상추 박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상추재배지로 유명한 청송군 진보면 등 쌈 채소 전문 재배농장이면 어디든 찾아가 자신이 그동안 몰랐던 재배방법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결과 과거 자신의 상추재배 실패 원인을 파악하게 됐고, 자신만의 상추 재배기술 노하우도 점점 쌓여갔다. 김 사장은 피나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애 처음 실감했다.

◆단맛 나는 기능성 상추 개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자신만의 상추 재배 기술을 터득한 김 사장이 생산한 상추는 주위로부터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는 1년 전 청국장가루와 쌀겨가루를 사용, 상추를 재배한 결과 단맛(3브릭스)은 물론 2개월가량 보관해도 품질이 변하지 않는 최고 기능성을 갖춘 상추 개발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스스로 피나는 노력으로 터득하고 축적한 기술데이터 덕분”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최고품질의 상추 생산을 위해 비옥한 땅 유지와 토양기능 회복을 위해 3년마다 객토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달 품질관리원에 의뢰해 320가지의 잔류농약검사도 실시해 맛과 식감이 뛰어난 무농약 상추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또 매달 칠곡군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토양분석 검사도 실시한다. 이는 재배하고 있는 상추, 치커리 등 13종류의 쌈 채소마다 각기의 필요한 성분을 분석해 병충해를 예방하고 나아가 청정 무농약 채소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수년 전 재배하던 상추가 병충해에 걸려 1년 농사를 모두 망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생산된 상추 등 13종류의 쌈 채소 90% 이상을 150g, 500g 단위로 농협밀양하나로마트에 출하한다. 타 상추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어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받고 있다.

이 결과 올해는 7억 원, 내년에는 10억 원 상당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와 모둠 쌈 채소 공급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출하하기로 해 최고의 품질을 인증받는 강 소농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품질에 도전

“쌈 채소는 식감과 신선도가 좋아야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 사장은 최고품질의 상추 생산을 위해 과학영농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박하 향이 나는 기능성 식용 허브 개발에 착수해 내년 3월에 시험재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항상 새로운 품종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김 사장은 또 상추의 품질고급화를 위해 망개 잎을 이용한 상추의 개발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김두식 ‘자연에 물든 세상’ 사장은 “지금 생산하고 있는 쌈 채소가 소비자들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며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상추재배 농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두식·김경화 부부가 새벽에 수확해 포장한 모듬 쌈채소를 들어보이고 있다.
▲ 김두식·김경화 부부가 새벽에 수확해 포장한 모듬 쌈채소를 들어보이고 있다.
▲ 자연에 물든 세상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적상추.
▲ 자연에 물든 세상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적상추.
▲ 자연에 물든 세상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청상추.
▲ 자연에 물든 세상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청상추.
▲ 자연에 물든 세상은 상추 등 13종류의 쌈 채소를 150g, 500g 단위로 포장해 모둠쌈채소로 출하를 하고 있다.
▲ 자연에 물든 세상은 상추 등 13종류의 쌈 채소를 150g, 500g 단위로 포장해 모둠쌈채소로 출하를 하고 있다.






▲ 비닐포장된 청상추
▲ 비닐포장된 청상추
▲ 자연에 물든 세상 김두식·김경화 부부가 수확한 상추를 직접 맛보고 있다.
▲ 자연에 물든 세상 김두식·김경화 부부가 수확한 상추를 직접 맛보고 있다.
▲ 자연에 물든 세상 김두식·김경화 부부가 출하할 채소를 포장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자연에 물든 세상 김두식·김경화 부부가 출하할 채소를 포장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자연에 물든 세상 로고
▲ 자연에 물든 세상 로고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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