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 논설위원

국정이 난맥상에 빠졌다. 경제, 외교, 국방 총체적 위기다. 야당은 대통령의 무능과 아집, 독선 때문이라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나라가 반쪽 난 책임의 절반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위기를 초래한 현 정부의 역주행을 방임했다. 야당이 강력한 견제와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아직 정신을 놓고 있다. 중차대한 시기에 잇단 헛발질로 정국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노련한 선장과 키잡이는 보이지 않고 갈팡질팡한다. 조국 사태로 잡은 모처럼의 반전 기회를 자중지란으로 날려버리고 있다.

박지원(대안신당) 의원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야당 복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달아 실수를 남발하고 있는 한국당을 비꼰 말이다. 박 의원은 또 “한국당이 요즘 계속 ‘똥볼’을 차고 있다”고도 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해프닝을 두고 한 얘기다.

최근 한국당은 잇단 헛발질과 똥볼로 조국이 높여준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과 조국 표창장과 상품권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거기에 속옷 차림의 대통령 애니메이션, 박찬주 대장 영입 논란 등 비판이 쏟아지면서 안팎곱사등이가 됐다. 김칫국과 샴페인을 터뜨리다가 단단히 탈이 났다.

-잇단 헛발질로 여론 뭇매, 김칫국 탈 나

이주 여성을 대변하는 이자스민의 한국당 탈당도 예사롭지 않다. 약자와 소수자 배려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불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이 출마로 돌아서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은 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공천 선점을 노리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추진한 외부 인사 영입도 당의 외연 확장 및 세대 교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통령선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모두 패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친박·반박으로 난장판 끝에 선거를 헌납했다. 친박, 비박 간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국당이 반짝 상승한 당 지지율에 취한 채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사이 보수 야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국민들만 늘고 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턱밑까지 쫓아갔던 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당은 정당 호감도에서 비호감 1위다. 현 정권에 등 돌린 잠재적 우군을 한국당 편으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받치고 있는 TK에서 한국당은 싹쓸이를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조국 사태 직후만 해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후 지리멸렬한 당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한국당은 안돼’라고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적지 않다. 밥그릇 싸움이 일쑤인 등 구태의연한 모습 때문이다. 새로운 중도 정당이 출현하거나 참신한 무소속 신인이 나설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제 TK 한국당은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서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강도 인적쇄신, 중도층 끌어안기 과제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40대 아래는 단 2명뿐이다. 한국당이 내년 선거에 이기려면 미래의 자산인 20∼40대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보수의 가치와 눈 높이를 젊은 층에 맞춰야 한다. 시대정신을 외면하면 절대 내년 총선을 이기지 못하다

아직도 박근혜 타령이다. 더 이상 박근혜 마케팅은 곤란하다. 박근혜 탄핵은 이제 끝내야 한다. 명예 회복도 좋지만 이제 박근혜를 풀어주자.

한국당의 키워드인 보수 대통합과 인적 쇄신도 ‘박근혜’와 연결된다. 총선에서 진보 진영은 박 전 대통령을 이용, 보수 진영 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과의 통합도 탄핵 책임론과 맞물려 있다. 인적 쇄신은 한국당 내의 친박 청산 없이는 어렵다. 과거로 회귀하는 순간 한국당은 끝이다.

고강도 인적 쇄신과 등 돌린 중도층을 끌어안는 외연 확장 없이는 한국당의 정권 재창출은 없다. 지금은 ‘똥볼’과 헛발질로 시간 보낼 때가 아니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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