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30일 또다시 상경 시위를 벌였다. 포항 시민들은 그동안 포항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로 지목한 정부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온 후 모두 네 차례나 대규모 시위를 했다. 기다리다 지친 포항 시민들이 서울로 올라가 국회 앞에서 집회하며 하소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진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여야 정쟁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다 됐다. 이재민 2천여 명은 아직 임대아파트 등 임시 주택에 살고 있다. 이 중 300여 명은 실내체육관과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포항 경제도 지진 여파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

공원식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실질적이고 완전한 피해 배상과 지역 재건, 진상 규명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국회가 포항 시민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선 법안으로 포항지진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범대위 대표들은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3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 지진’이라는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이후 포항시와 경북도 및 정치권을 중심으로 포항지진 특별법안을 만들어 지진 피해 회복에 나섰다. 지진특별법은 현재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채 발이 묶여 있다.

여야 원내 대표는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 당이 발의한 법률안에 대한 입장 차가 커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는 절충안을 내 처리하자고 동의했지만 세부 항목에서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포항 지진의 직접적 원인이 지열발전으로 밝혀질 경우 배상 규모가 최대 7조 원까지 추산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또 시민 1만2천여 명이 지진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 국내 최대의 민사소송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곧 겨울이 닥친다. 지진 피해 시민들이 한겨울을 컨테이너 집과 체육관 텐트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야는 서로 한발자국씩 물러나 속히 타협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지진 특별법 제정에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포항 시민들의 염원을 외면해선 안 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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