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요즘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 혹자는 너무 불안하다고 말한다.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 건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고 결정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누가 옆에서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은 발생 확률을 알 수 없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할지 사전에 인지된 상태에서 리스크를 안고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을 준다. 예를 들어, 확률상 발생 빈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다면 각 경제 주체들은 소비도, 투자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심하게 말하자면 경제는 거의 마비될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우리 경제의 디플레나 장기침체 가능성 논란의 배경에는 바로 이런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우선, 세계적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이제 관세, 환율,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 가격 상승세 둔화와 부채 증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끊임없는 개도국 경제위기설 등 어느 한 가지라도 터지면 연쇄반응을 통해 상상이 가지 않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들도 산적해 있다.

더군다나 세계 각국에서 극우나 극좌 정당이 별 성과 없이 서로 권좌만 바꿔 앉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불확실성을 더 한다. 과거사를 배경으로 한 일본과의 갈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 IT와 인공지능 등과 같은 신기술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미래 먹거리를 보장할지, 어떤 기술체계를 확보해야 경쟁력을 유지할지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물론 자율주행차나 금융 등 서비스 부문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큰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다.

반면에 기존 산업 즉 자동차나 조선, 기계 등의 제조업은 혁신에 목말라 있지만, 진부화 과정을 지나고 있다. 이쪽도 저쪽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불확실성 때문에 대규모의 활발한 투자와 생산적인 경쟁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국내 정책 불확실성마저 더해져 우리 경제의 앞날은 매우 혼란스럽다. 국내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 지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해야 할 곳들이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를 보자. 이번 국회 들어 상정된 법안 건수만 2만 건이 넘는다. 그런데 그중에 지난 8월까지 처리된 법안은 전체의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데이터경제 관련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계류 중인 주요 민생경제법안들에 대해서는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써야 함은 물론이고, 제발 경제 어떻게 좀 해 달라는 외침을 완전히 저버리는 일이 된다.

지금은 불확실성에 더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시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어 왔던 과거의 지도원리만 보더라도 이제 그 효용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보완하고자 노력하지만, 그 또한 의도대로 되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외침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대화와 타협과 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고, 이를 통해 눈앞에 닥친 불확실성을 극복해나가야 할 때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불확실성의 시대’의 저자인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열쇠는 바로 티밍(Teaming)’이라고 했다. 이미 4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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