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첨복단지 ‘성급한 자립 압박’ 부작용 부른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첨복단지)는 지난 2009년 대구경북을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의료연구개발 클러스터다. 2013년 핵심연구시설을 준공하고 2014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7일 첨복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대구첨복재단)이 주최한 ‘메디시티 상생포럼’에서 재단 재정의 성급한 자립화 요구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첨복재단에서 운영 중인 신약개발지원센터의 경우 자립에 방점을 찍을 경우 본연의 목적인 지원 역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운영에 들어간지 5년밖에 안된 신생 기관이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직 자립화 요구보다는 꾸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신약개발센터 지원 사례’ 발표에 나선 김정애 영남대 약대 교수는 “정부가 요구하는 재단 및 센터 자립화에 매몰되면 결국 신약개발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교수는 “지역 약대들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에서 신약개발지원센터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며 “과거 엄두도 못내던 후보물질 평가와 테스트 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자립화 압박으로 첨복단지 내 설립된 정부 지원센터들이 기업이나 대학을 지원하는 기능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첨복재단 등에 따르면 자립도는 지난해 이미 35%를 넘었고 2020년까지 4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기간 내 과도한 자립화 요구는 자칫 지원기관의 기능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과제에 치중하게 돼 본연의 목적을 잃게 될 수 있다.

신약 개발센터의 자립화는 기술화된 제품을 공유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나누는 등 신약개발 지원이라는 목적 사업을 통해 확대돼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립화 요구가 첨복재단 설립의 큰 목적을 해치지 않도록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첨복재단 설립당시 해외파 등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고용됐으나 이후 타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정주여건의 한계 등으로 대부분 퇴사했다는 사실도 이날 포럼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대구시 측은 “메디시티 상생기금이 230억 원 조성돼 있다. 매년 3억 원 정도 이자가 발생하고 있어 이 기금을 우수인력 영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뒤 대책은 바람직한 대처가 아니다. 사전에 다른 지역의 현황, 전문인력 스카우트와 관련된 흐름 등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유사 사태가 거듭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