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학자들의 자존심과 노벨상

학자들의 자존심과 노벨상

또다시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국민을 ‘올해는’ 하고 희망고문으로 몰아넣던 문학상은 당사자가 미투 광풍에 휩쓸려 떠내려가 올해는 아예 기대조차 사그라졌다. 올해도 우리 국민들은 남의 집 잔칫상 바라보듯 노벨상을 쳐다봐야 했다.

그런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는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가 부러워마지 않는 기초과학분야에서다.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은 요시노 교수의 수상으로 통산 27번째(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과학분야에서만 24명이 나왔다. 이번에 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 글로벌 기업인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이다. 그의 수상분야가 하필 우리나라 과학 산업계의 취약분야이기도 한 소재 부품 장비분야라는 면에서 그의 수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극일에 대한 현주소를 상기시켜 준 사건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로만 따져도 세계 12위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내총생산(GDP) 1조6200억달러로 세계 12위이며 3050클럽(인구 5천만 명 이상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가입한 7번째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노벨상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느낌을 최근 여러 곳에서 받았다.

2002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쿠르트 뷔트리히 스위스 연방 공과대 교수는 최근 한 TV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노벨상에 목을 매지만 노벨상을 바라고 연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벨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호기심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토록, 교수라면 정년 후에라도 10년 20년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 우리는 당장 성과에 목을 매고 있다는 거다. 실패를 무한 반복해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지원해주는 뒷받침 속에 연구자의 끈질긴 노력이 있어야 성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성과도 증명되고 응용돼야 하니 하나의 위대한 발견이라도 10년이나 20년의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노벨상 이야기가 아직은 비현실적이라는데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첨단 소재,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수십억 원을 지원받은 연구 논문에 자녀 이름을 올린 사례들이 수두룩했다는 증언이 국감장에서 폭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사업비 46억 원을 지원받은 성균관대 모 교수의 나노 기술을 이용한 신소재 연구개발에 대한 논문에 그는 미성년인 자신의 딸을 공동저자로 올렸다고 했다.

이처럼 2007년 이후 과기부가 지원한 연구개발 논문 가운데 교수가 자기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4건이었다는 거다. 지역 경북대에도 그런 논문이 4건이나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건 뭐 미성년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넘겨줘서 절세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다니.

그런 사람들이 학자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노벨상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넌센스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 전부일까. 드러나지 않은 비리와 불법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러니 고교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의과대학 논문에 저자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또 한국연구재단의 국정감사에서는 교수들의 연구비 부정행위가 폭로되기도 했다.

학자들의 양심, 양식 그런 것 기대하면 안 되나. 언젠가 실험데이터를 조작해서 세계 과학계에 공개 창피를 당하기도 한 우리 과학계이고보니 떳떳한 학자적 자존심을 보고 싶다. 가진 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중요하지만 지식인의 자존심도 중요하다. 국가재앙급 논란의 주인공 조국 전 장관은 노벨상 이슈마저 빨아들이더니 35일만에 하차했다. 그런데 그는 본인의 폴리페셔 비난에는 앙가주망이라 변명하더니 장관 사직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직했다. 비정규직 대학 강사들에게 보란 듯이.

노벨상은 못 받아도 좋다. 학자들의 자존심을 보고 싶다. 국민들을 더 이상 허탈하게 만드는 희망고문은 말아줬으면 좋겠다. 언론인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