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짙은 가을 아침

김종석

기상청장

청명한 하늘과 고운 단풍이 나들이를 재촉하는 계절인 가을이다. 하지만 쾌청한 날씨와 함께 일교차가 큰 만큼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안개는 대부분 지역에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지만, 해안지방에서는 봄철에, 내륙 지역에서는 가을철에 많이 발생한다.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나타나는 기상현상으로,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 형태로 떠 있는 상태며, 이로 인해 가시거리가 1㎞ 미만인 경우를 일컫는다. 안개는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하천, 호수, 바다 등과 같이 수증기를 만들 수 있는 곳 또는 비가 내린 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을 때 잘 생긴다.

바람이 없고 일교차가 크며 날씨가 맑은 날 낮 동안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했다가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수증기의 응결이 시작된다. 이러한 복사 안개는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가장 강하게 나타나므로 출근 시간에 교통 혼잡을 일으키게 된다. 이후, 태양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점심때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타나며 안개가 발생하기 전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복사 안개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주로 가을철에 발생 빈도가 높으며, 주변이 강이나 호수, 바다가 있는 곳에서 더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2006년 10월3일 7시50분께 서해안에서 발생한 복사안개로 인해 서해대교에서 29중 추돌사고가 있다. 이 사고로 사망 12명, 부상 5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또 다른 안개의 원인은 ‘증발’에 의한 것으로, 찬 공기가 따뜻한 수면이나 습한 지면 위를 이동할 경우, 기온과 수온의 차에 의해 수면으로부터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공기 속으로 들어오면서 안개가 발생한다. 이 안개는 증발에 의해 안개가 생성되므로 ‘증발 안개’라고 하며, 늦가을에 호수나 강 부근에서 잘 생긴다.

이외에도 찬 바다 위에 따뜻한 공기가 지날 때 발생하는 이류 안개, 산 사면을 따라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활승 안개와 전선면을 따라서 형성되는 전선 안개가 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안개의 대부분은 이류 안개로 해무라고도 하며 안개 낀 범위가 넓고 지속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안개는 위치하는 고도에 따라, 하늘이 보일 정도로 엷고 낮으면 낮은 안개, 시정이 1㎞ 이상이고 지표면에 접해 낮게 깔려 있으면 땅안개라고 한다. 또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안개가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는데, 밑 부분이 지표면에 접해 있으면서 시정이 1㎞ 미만이면 안개,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고 한다. 관측자의 위치를 기준으로 산허리에 낀 안개는 산기슭에서 보면 구름이지만, 등산하는 사람에게는 안개가 되는 것이다.

가을안개는 때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 아름다운 안개를 영상에 담기 위해 안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면 관측자의 가시거리를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운전자에게는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안개는 눈이나 비 등 다른 기상현상에 의한 교통사고에 비해 사고율은 적은 편이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다.

안개는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국지적인 특성으로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을 분석하고 예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안개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한 기상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전국 육상 지역을 대상으로 ‘상세 안개정보’를 제공한다. 상세 안개정보는 안개로 인한 시정장애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되는데, 제공되는 정보로는 안개원인 및 전망, 안개 예상정보, 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안개주의 구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안개가 발생 시 육안 및 시정계 관측 값에 근거한 가시거리 자료와 천리안 위성의 안개 관측 자료 등을 통해 전국 육상 및 해상의 안개 현황을 수시로 국민에게 기상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상세 안개정보와 기상정보를 통해 더욱 안전하게 이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곱디고운 가을 길이 국민들과 함께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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