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친구를 위한 기도

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

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얘기/ 털어내 놓지 못하는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하나 성한데 없이/ 찢긴 상처에/ 저마다 두팔 벌려/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츠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 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 기도시집 『기도하면 열리리라』(율도국, 2010)

1969년 숙명여대 불문과 재학 중 포크듀엣 ‘뚜와에 무아’로 데뷔해 ‘모닥불’ ‘그리운 사람끼리’ ‘세월이 가면’ ‘약속’ ‘방랑자’ 등을 히트시킨 ‘노래하는 시인’ 박인희는 1981년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난 2016년 35년 만에 귀국해 컴백 콘서트를 가진 박인희는 ‘목마와 숙녀’를 부르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로 시작되는 ‘얼굴’이란 자작시도 낭송했다. 그녀는 최초로 시낭송 음반까지 히트를 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기도 시도 ‘뚜와에 무와’로 활동할 당시 쓴 것이다.

많은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해 싱어 송 라이터로 주목받은 그녀는 긴 머리와 청바지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70년대 아이유’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 박인희는 3년 전 공연을 마친 뒤 내년에 다시 오겠노라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현재 LA에 거주하면서 예전처럼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은둔중이다. 박인희는 이해인 수녀와 풍문여중 때부터 단짝이었고 두터운 우정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우정은 보통사람과 달리 주로 편지로써 서로의 생각과 우정을 교환하는 좀 특이한 관계였는데, 이해인이 수녀가 된 뒤에도 계속되었다.

중1때부터 정작 학교에선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다가 집에 가서야 서로 편지를 끊임없이 써댔다고 한다. 둘의 우정이 남다르게 무르익은 건 사실이지만 둘 다 성격이 안으로 꽉 들어차 글로서 깊은 교류가 이루어지다보니 더러는 우리가 상상되지 않는 영적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보통사람 이상의 섬세하고 민감한 성격 때문에 예기치 않은 감정 마찰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시가 이해인 수녀를 직접 겨냥한 글은 아니라고 한다. 주위의 친구가 겪은 아픔을 대신 말한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이 다른 친구에게 받은 상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사람에게는 남의 불행이나 잘못을 은밀히 즐기는 심리가 있다. 인터넷 시대에 남녀 불문 수다와 뒷담화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성향이 더욱 노골화되었다. 자신의 커뮤니티를 견고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의 반영 정도면 넘어가겠는데, 문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악의적인 가십의 유포까지 포함되었다는데 있다. ‘말에서 뿜어 나오는 독으로 남을 찔러’ 상처가 상처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겨’ 기어이 죽음까지 몰아간다.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집단의 내홍에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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