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시추공 지하 압력 완화 유발지진 억제 ‘성공’||지하 5㎞ 이상 시추 160℃ 이상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외부 전경.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외부 전경.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입구의 안내벽. 자연에서 나오는 지열을 사용하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입구의 안내벽. 자연에서 나오는 지열을 사용하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발전 설비.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발전 설비.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내부 전경.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내부 전경.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내부 저수지. 냉각 펌프에 들어가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
▲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 내부 저수지. 냉각 펌프에 들어가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
얼음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북위 60℃ 이상의 추운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전기 생산의 90% 이상을 지열발전으로 해결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화산지대에 속해 펄펄 끓는 온천수와 고온의 수증기가 무한정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열발전소는 그간 화산지대에 위치한 일부 국가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2000년대 들어 비화산지대인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열발전이 급속히 성장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굴착기술 발전에 따른 ‘인공 저류 지열 시스템(EGS)’이 있었다. EGS 방식을 이용한 지열발전 사업의 선두 주자는 프랑스다.

유럽연합(EU) 지열발전 공동 프로젝트의 산물인 ‘슐츠발전소’가 대표적이다.

◆비화산지대 상업 지열발전 성공 모범케이스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를 이용해 2시간 여 만에 발전소에 도착했다.

거대한 옥수수밭 한가운데 위치한 발전소는 사방이 철조망 펜스로 막혀 한낮에도 을씨년스러웠다.

붉은색의 커다란 시추공들이 인상적이었다.

발전소 내부로 들어서니 시추공(주입정) 옆에 부식시험 시설과 재주입 펌프 등이 작동하고 있었다.

또 다른 시추공(생산정) 주변으로는 열 교환기와 전처리 필터 등이 설치돼 있었다.

이들 시추공 사이에는 저수지가, 저수지 인근엔 냉각 펌프가 자리했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30분가량 이른 시간에 방문했지만 발전소 관리자 앙뚜완 샹스(46)씨는 싫은 내색은커녕 “you north or south?(북한 사람입니까? 남한 사람입니까?)” 라고 유머를 섞어가면서 취재진을 다정하게 대했다.

제일 먼저 발전소에 대한 주민 반대 여부를 묻자 “이것을 가동하는데 주민들이 왜 반대를 합니까”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샹스씨는 지열발전의 장점에 대해 “지열을 이용한 발전은 365일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특징”이라며 “가동시간이 제한된 태양광과 풍력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기후조건과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 “환경성은 물론 유지보수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발전소 인근 가구는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공급받는다”고도 했다.

이 발전소는 비화산지대에서 상업 지열발전이 가능케 한 EGS 연구용으로 2007년 완공됐다. 발전 용량은 총 1.5㎿다.

EGS 방식이 적용된 지열발전소는 일반적으로 시추공을 2개(주입정·생산정) 뚫는다.

하지만 슐츠발전소는 완공 이후 지금까지 시추공을 5개나 뚫었다. 깊이도 2.2~5.2로 각각 다양하다. 이는 생산정에서 회수되는 증기 온도의 경제성 문제에 기인한다.

◆고온 증기 생산 위해 지하 5㎞ 이상 시추공 추가 설치

화산지대의 경우 통상 2㎞ 미만의 깊이에서 250℃ 정도의 온도를 나타낸다.

하지만 비화산지대에서 같은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더 깊이 내려가야 한다.

땅속 100m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3℃씩 높아진다고 보면 5㎞는 파야 비슷한 온도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지하로 내려갈수록 열은 많아지지만 물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땅속 물을 끌어올려 그 열로 발전을 하는 지열발전의 경우 물이 없으면 아무리 온도가 높다 해도 무용지물이 된다.

EGS는 인공적으로 물을 주입한 후 데워진 물을 끌어올려 터빈을 통해 열을 빼앗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100~150℃의 열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

슐츠발전소는 땅속 3~4㎞ 깊이에서 최소 160℃ 이상의 증기 생산을 목표로 했다.

지열발전 초기 당시 주입정에 투입된 물의 온도는 65℃ 내외였다.

이 물이 열기를 품은 지하 2.8~3.5㎞ 지점의 화강암 암반층을 거쳐 생산정으로 용출되면서 변한 증기의 온도는 140℃ 안팎이다.

발전소 엔지니어 필리프 트롬(47)씨는 “140℃의 증기가 경제성 있는 온도는 아니었지만 이론적으로 지하 5㎞까지 시추하면 200℃의 증기를 회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발전소 측은 그러나 수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60℃ 이상의 고온 증기 생산에 실패했다.

결국 2010년 2개의 시추공을 추가로 설치했다. 추가 설치된 시추공의 깊이는 기존 생산정보다 1.5㎞ 이상 깊은 지하 5.1㎞와 5.3 ㎞다.

땅 밑으로 1㎞가량 파 내려갈수록 온도가 25℃가량 상승하는 원리를 이용한 셈이다.

현재 이 발전소는 지열발전에 경제성 있는 160℃ 이상 고온의 증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생산량은 시간당 9만ℓ 내외다.

슐츠발전소가 시추공 추가 설치에 나선 데는 고온의 증기 생산 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유발 지진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유발지진 대비 시추공 추가 설치

발전소 가동 초창기에는 시추작업 과정에서 유발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시추공을 통해 주입된 물이 연약지반을 만들거나 의도치 않게 단층에 쌓인 응력을 건드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인근 주택가 담이 갈라지고, 땅속에서 울리는 진동 때문에 주민들이 놀라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동안 발생한 유발 지진의 최대 규모는 2.9였다.

발전소 인근 주민 칼레 윌슨(61)씨는 “발전소 가동 초기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그나마 참을만했지만 집이 울리는 진동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전했다.

발전소 측은 유발 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시추공을 추가로 설치했다.

이후 지하에 물을 주입할 때 한 곳이 아닌 두 곳의 주입정을 이용한 뒤 물을 회수하자 미세지진 발생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또한 생산정 한 곳에 주입한 물을 회수정 두 곳을 통해 끌어올리자 미소지진 발생이 크게 줄어들었다.

슐츠발전소에 따르면 유발 지진은 2009년 총 400회에서 시추공 2개를 추가 설치한 2010년 25회, 2011년은 5회로 크게 감소했다.

비화산지대에서 EGS 방식을 적용한 발전소 상당수는 그간 일정 규모 이상의 유발 지진이 나면 지열발전을 즉각 중단했다.

하지만 이 발전소는 시추공을 더 뚫어 지하 물길을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 압력을 줄이는 개선 방안을 도입해 현재도 정상 가동 중이다.

슐츠 프로젝트에 참여한 카셀 라이쉬 GFZ 독일지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다수의 시추공이 압력을 완화시켜 유발 지진이 크게 줄었다”면서 “포항지열발전소처럼 생산정의 증기 회수량을 높이기 위해 주입정의 물 주입 압력을 높이는 행위는 지진 촉매제 역할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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