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의 퇴임을 보고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퇴임했다. 지명 66일, 취임 35일 만에 물러난 것이다. 그는 퇴임에 앞서 “학자와 지식인으로 제 필생의 소원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겠다”고 했다. 가족 일도 언급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개혁을 위해 11가지 과제를 발표했고, 감옥으로 가야할 지 모르는 가족들을 챙기기 위해 사퇴한다는 주장이다.

만시지탄이고 사필귀정이다. 조국 한 사람으로 인해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국론이 분열되고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있었다. 편가르기와 엄청난 국력 낭비 또한 초래했다. 외교나 국방, 경제 등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똘똘 뭉쳐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산적한 국정과제가 남아있다. 주말마다 수십 만, 수백 만의 인파가 수도 한복판에 모여들어 ‘조국 퇴진’을 외쳤다. 반응이 없자 문대통령 퇴진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민심을 우습게 여겼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날려버렸다. ‘조로남불’ 등 많은 비아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을 집권 세력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였다.

조국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여러명이 스타일을 구겼다. 정치적으로 이낙연 총리,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도 모양이 우습게 되었다. 이낙연 총리가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면 차기 지도자 반열에 우뚝섰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되었다. 이해찬 대표 등 집권당 지도부의 리더쉽에 손상이 갔고 상처가 크다. 사퇴압력도 받을 것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결과를 예상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1%를 하락하는 최근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나 1%대 차이로 추격하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를 보면서 깜짝 놀랐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문대통령이다. 조국 전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본인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장관은 업무의 전문성은 물론 책임성과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본인의 도덕성을 가볍게 여기다보니 국민 무시나 반감을 초래했다. 본인과 처, 아들과 딸, 친인척 등 수많은 주변 인사들의 사건은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어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를 놓고 극심한 국론이 분열되었다. 이를 두고 “국론 분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아연실색하였다. 대통령의 판단력, 국정 수행능력, 국민과의 소통 의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다. 국민이 ‘불통 대통령’으로 등을 돌리고 버리는 대통령이 될 까 두렵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정의 대전환을 실시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갈라지고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이 야기하여 송구하다”는 회의 발언이 나온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국민 사과와 앞으로 잘하겠다는 발표문을 기대했다. 실망이다.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소득 주도성장 정책, 탈원전, 경제나 고용, 외교나 국방 등 국정 곳곳에서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임 2년 동안 무었을 했느냐고 물어본다. 남아있는 2년 반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나 방향도 없다. 참으로 안타깝다,

퇴임한 조국 전 장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안되었다는 생각이다. 연민의 정도 든다. 장관을 하지 않았으면 가족들과 친인척의 상처는 없었을 것이다.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되기에 사임한다” 는 퇴임사를 보고 안타까웠다. 조국 전 장관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만 부담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론이 분열되고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국민은 없고 대통령과 정부만 있다. 국민은 어디 갔는가? 더 성숙하고 나를 지지하지 않은 많은 국민을 생각하기를 기대한다. 조국 사태는 장차관등 고위공직자의 인식과 국가관, 처신과 주변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제시해준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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