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입은 영덕 강구시장 한 상인이 흙탕물에 잠겼던 식기류를 씻고 있다.
▲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입은 영덕 강구시장 한 상인이 흙탕물에 잠겼던 식기류를 씻고 있다.
‘강구시장 주변 침수로 주민 대피령.’

10월 2일 늦은 저녁시간 뉴스에는 긴급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설마 작년처럼 또 태풍으로 우리 지역이 침수될까 걱정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현실이 됐다.

초등학교는 수영장처럼 잠겨있고 강구시장은 온통 흙탕물이 휩쓸고 지나가고 남은 처참함에 모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을 놓고 있었다.

경북도 영덕군 강구면 태풍 미탁이 지나간 이틀째, 한 아주머니가 바닥에서 흙탕물에 잠기었던 식기를 고 있었다. 뒤편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침수됐던 건물 내부에서 흙탕물을 빼내고 있고, 피해 지역에 도움을 주고있는 군인들이 한 편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영덕군 강구면은 2018년에도 태풍 수해를 입었다. 태풍으로 인해 수해를 겪는 경우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몇 십년을 주기로 발생하던 피해가 2년 연속으로 벌어지게 된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우리에게 ‘집은 괜찮았냐’는 등의 안부인사를 추가하게 한 것 외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안락한 보금자리로 부터 도망치도록 만드는 태풍을 미적지근하게 대하는 사람을 이제는 강구면에서는 찾기 힘들다. 매년 찾아오던 태풍이 확실한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도 거리를 걷다보면 산에서 흘러내려온 엄청난 양의 흙과 돌 그리고 뜯겨나간 포장도로, 부서져 버린 인도 등 강구 곳곳에 태풍 흔적이 남아있다. 이렇게 2년 연속으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현재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교육받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일조하고 있을거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풍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를 고르게 분포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중 하나다. 적도에는 에너지가 풍부하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에너지가 결핍된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태풍은 바다의 에너지를 이끌고 적도에서 이동을 시작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십 수년간 해수면의 온도는 0.5도 상승했다. 온도 상승에 따라 당연히 품고있는 에너지도 많아졌고 태풍이 옮겨야 할 에너지 양도 많아졌다. 그리고 강해진 태풍은 우리를 찾아왔다.

2013년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5차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최대 풍속 초속 59m 이상의 강한 태풍의 발생 빈도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한 태풍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약한 태풍 빈도는 줄어든다. 이외에도 지구의 다른 복잡한 작용으로 태풍 전체 발생빈도는 유지된다고 내다봤다. 기상예보가 개선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에 끼친 피해는 줄어들었지만 강해진 태풍 앞에서는 곧 한계를 맞이 할 것이다.

문인 이규보의 이옥설 내용처럼 우리가 잘못을 알고도 이 상황에 손을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분명 더 큰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이자 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 중 한명으로 지목된 그레타 툰베리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어른들에게 있다고 지적했지만, 문명발전의 은혜를 입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자신에게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남일이 아니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는 행동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태풍 피해 현장 취재도 미안 할 정도 조심스러워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태풍이나 폭우가 오면 일상처럼 되어버린 우리 지역의 피해가 근본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취재의 발걸음을 돌렸다.



경북교육청학생기자단

영덕고 2학년

우동명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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