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 문제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두달쯤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늘 있는 여야간 정쟁쯤으로 생각했다. 장관 후보들의 흔한 결함들, 그리고 야당의 도넘은 시비들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국후보가 장관직에 취임하든 중도에 낙마하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국후보의 온갖 의혹을 다룬 언론 보도가 엄청난 분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다. 후보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와 딸과 아들 심지어 동생과 그의 이혼한 전처까지, 온 가족의 삶이 부정되고 매도되는 것을 보면서다.

‘이건 과하다’는 생각을 갖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수부 검사 대거 투입, 70군데 압수수색, 당사자 조사는 생략된 채 늦은 밤 진행된 정경심교수 기소, 11시간 자택 압수수색 등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수사해야 할 의혹들이 여럿 있다고 해도 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무소불위’ 권력의 전형을 보는 듯 했다.

‘왜 이런 거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윤석열총장이 처음부터 조국장관의 임명을 반대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대통령에게도 그 뜻을 전했다고 한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장관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나아간 것이라면 문제다. 대통령이 조국교수를 장관후보로 지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 그를 후보로 지명하고 난 뒤에는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시키기 위해, 청문회까지 마친 뒤에는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의 질문이 연이어 꼬리를 문다. ‘윤석열총장이 저렇게까지 조국장관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국장관과 그 가족의 흠결과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그런 것이라면 검찰의 수사는 정의구현을 위한 것으로 박수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조국장관이 강력한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인사였다는 사실이다. ‘혹시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검찰조직의 저항은 아닐까?’ 충분히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맥락과 상황이었다.

혹여 그런 것이라면 그동안의 검찰 행동은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국민의 이익이 아닌 검찰조직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권력의 가장 나쁜 자세기도 하다.

검찰의 권력 행사가 설령 과했다 하더라도, 검찰조직의 기득권이 아닌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것이었기를 지금도 바란다. 하지만 의문 하나는 여전히 남는다. 수사과정의 일탈이다. 검찰은 몇몇 언론에게 수사중 기밀사항들을 흘려 왔다. 확인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들도 문제지만, 검찰은 그런 무책임한 언론들을 적극 활용했다. 낙인효과를 기대하며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수사기밀은 야당에게도 흘러 들어갔다. 늘 정부에 적대해 온 야당과도 공조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국장관을 낙마시키려 한 검찰의 의도까지 의심받게 된 것이다. 과묵하게 수사에만 집중했다면 그런 오해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사회정의가 아닌 검찰조직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과잉수사로 오해받기에 충분한 정황인 것이다.

조국장관과 그 가족들에게 흠결이 있고 그들로 인해 공정사회를 바라 온 청년세대의 실망이 컸다 하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고, 야당과 언론까지 활용하면서 사실상 정치행위를 해온 것이라면, 그런 검찰이야말로 정의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더 큰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문득 노무현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 장면이 생각난다.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 노무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논두렁시계 사건’도 떠오른다. 망신주기의 전형이었다. 우병우와 김학의도 스쳐 지나간다. 도넘은 제식구 감싸기였다.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문제는 촛불정부가 탄생한 뒤에도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요한 국가 과제로 부상했다.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절제와 공정이다. 검찰제도 개혁의 중요한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은, 정부 수립 후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극명하게 확인되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의롭고 겸손한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이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