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시를 캐스팅하다 = 영화와 도시는 뗄 수없는 관계다. 시대의 공기를 보여주기에 도시만큼 적절한 재료는 없다. 저자는 한국영화와 만난 14개 도시를 골랐다. 이 책은 도시와 만난 영화 이야기인 동시에, 영화와 만나 새로운 이미지를 얻은 도시 이야기다. 저자는 공간이 풍경이 되고 극의 정서를 좌우한 곳을 위주로 골랐다고. 그렇게 파주와 함평과 옥천과 거제와 영월과 삼척과 제천을 만났다. 여기에 몇몇 매체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해 추렸고 몇 개의 도시를 추가했다. 백정우 지음/한티재/144쪽/1만3천 원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 도깨비들이 산속에서 돈지갑을 줍고서 벌이는 소동을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책이다. 만구 아저씨는 장에서 고추 한 부대를 팔아 지갑이 두둑해지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똥이 마려워진 아저씨는 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가 바지춤을 내리고 쪼그려 앉는다. 그때 잠바 호주머니에서 지갑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아저씨는 태평히 자리를 떠난다. 그날 밤 도깨비 일가족은 똥 한 무더기를 보고 코를 찡그리다가 그 옆에서 지갑을 발견한다. 도깨비들이 저마다 종이돈을 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급기야 손자 톳제비는 돈으로 똥구멍을 쓱 닦아 훌쩍 버리고 만다. 반면에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천길만길 구덩이에 빠져 든 것’처럼 울상이 된 만구 아저씨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종이쪽’에 불과한 돈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인간 세태를 은근히 꼬집는 대목이다. 권정생 지음/창비/44쪽/1만3천 원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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