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은 아무리 급하고 위중하더라도 개인자격을 내세우면 안된다. 급할 때 개인자격을 내세우려면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자는 검찰개혁을 지상과제로 내세운다. 공인으로서 사명감을 말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필요할 때는 개인자격을 강조한다. 이중성이 보인다.

웅동학원, 사모펀드, 자녀 입학부정 등 그와 관련된 의혹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다. 그는 가족의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

---고위 공직자는 가족 핑계 대면 안돼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은 힘들지 않은 줄 아는가. 누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나. 가족 핑계를 대면 안된다. 그것은 고위 공직자일수록 더 잘 지켜야 할 덕목이다.

50일 넘게 온나라가 ‘조국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3일 자택 압수수색 때 장관임을 밝히며 현장 팀장인 검사와 통화를 했다. 수차례 신속한 압수수색을 언급했다고 한다. 검찰은 해당 검사가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야당은 부당한 수사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장관은 “처의 상태가 안 좋으니까 좀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며 “가장으로서 그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편 자격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가 여러차례 강조한 수사불간여 약속을 어긴 것이다.

조 장관은 후보자 때도 딸의 동양대 표창장 발급과 관련 최성해 총장과 부적절한 통화를 한 전력이 있다. 법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의 식견이 그 정도인가 하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보통사람도 그럴 경우 통화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안다. 부적절한 통화를 했다는 자체가 처신이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조국 장관 스스로도 나중에 “후회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가 만약 이번 사태를 무사히 헤쳐나가 법무 검찰 개혁을 주도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단언컨데 그 개혁은 반쪽 개혁이 될 것이다. 더 큰 혼란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많은 사람이 개혁의 진의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단계마다 시비거리, 정쟁거리가 줄을 이을 것이다.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한 검찰의 승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체 국민의 지지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도 믿기지 않는 법이다.

곳곳에서 ‘조국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뛰쳐 나오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최근 여권의 반응에는 강박감이 묻어난다. ‘여기서 조국 장관 임명을 취소하면 이제까지 개혁한 것이 모두 무효가 된다. 끝장을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검찰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타당성 있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많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는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대통령 뜻이고 국민의 뜻이었다.

현상태에서 간여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 대 야’, ‘여 대 검찰’, ‘보수 대 진보’의 갈등 정국에 ‘청와대 대 검찰’이라는 갈등의 전선을 하나 더 펴는 결과가 됐다.

---국민은 진정으로 공감하는 정부 원해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과 승부를 내려해서는 안된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꺾으려 해서도 안된다. 국민에게 허탈과 패배감을 안겨서도 안된다. 국민은 진정으로 공감하는 정부를 원한다.

금주 중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검찰 소환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장관의 소환 여부도 관심이다.

‘조국 사태’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쉽게 생각하자. 진정한 개혁을 위해 일보 후퇴하며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가 되면 어떤가. 그것이 함께 가는 정치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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