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께로 예정된 대구시청 신청사 부지 결정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에서 연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배경이야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탈락 지역에서 일 것으로 보이는 후폭풍을 선거 이후로 미뤄보겠다는 의도라 보인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2006년,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있었고 그 결과 당시 신청사 건립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 무산된 일을 시민들은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지역 국회의원들이 신청사 결정 연기 얘기를 마치 간보듯 계속 던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달 2일 대구지역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7명으로 구성된 한 모임에서 이 문제가 나왔다 한다. “올 연말 입지가 발표되면 민심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관련해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데 참석 의원들이 뜻을 같이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예산간담회 등 지역 의원 모임에서 연기 문제를 대구시장에게 계속 거론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 현재 조율 중이라는 얘기도 전해졌다. 이에 앞서 8월 말에는 자유한국당 연찬회 때 대구 의원들이 공개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고, 7월 초에는 ‘지역 국회의원-대구시 예산정책 간담회’에서 같은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근래 들어 매달 들리고 있는 정치권의 연기론에 대해 대구시장과 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회 측에서는 ‘절대 불가’라고 못 박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시민들로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물론 이들 의원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구시청 신청사 유치에 중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 등 네 곳이나 매달리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기뻐할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하고, 또 그 과정에서 아무리 합의된 기준에 따라 공정한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탈락 지역에서 불만이 생겨날 것은 뻔한 일일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탈락 지역에서 제기될 책임론은 그 단체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에게도 골치 아플 일이 될 것은 분명하다. 결국 국회의원들로서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욕만 먹어야 할’ 문제를 일단은 미뤄놓고 싶을 것이리라.

더구나 시기적으로도 그렇다. 선거는 내년 4월이라지만 예선이라 할 당내 공천 경쟁은 사실상 벌써 시작된 듯한 데다, 여당 후보자와 맞붙어야 하는 본선이 바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신청사 선정 문제로 우군(?)끼리 불협화음과 갈등이 생긴다면 아무리 텃밭이라지만 좋을 게 없을 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권 사정이 급박하더라고 대구시청 신청사 부지 결정은 반드시 올해 안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입지 발표 시한이 가까워질수록 유치 신청 구, 군 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마다 주민들까지 가세한 총력전 태세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어느 지역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안 된다’는 네거티브성 뒷말도 들리고 이런 말들은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경기의 룰’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달서구는 지난 9일 시청사 입지를 시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결의문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우리 지역이 최적지라는 차원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원칙과 기준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어디 달서구뿐이겠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상황에서 시간을 끌게 되면 앞으로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연기 주장은 그만큼 지역의 혼란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 과거 사례들 같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을 예상해서일까, 대구시의회는 이미 지난 7월16일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중립적 입장임을 밝힌 바 있다. 또 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회 위원장도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원들의 개입은 결과에 따라 책임 소지가 생기게 된다. 대구 신청사는 250만 시민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개별 정치인의 유, 불리에 따라 좌고우면하는 일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시민들이 뜻을 한 곳으로 모았고 분위기도 무르익은 지금이야말로,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문제가 마무리될 적기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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