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 박소현



몇 년 전 한 신문사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팀과 함께 보부상 12령길을 답사한 적이 있습니다. ‘객주’의 작가 김주영 선생님과 동행한 길이었습니다. 그 길 초입에서 만난 내성행상불망비는 제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굽이굽이 열두 고개를 넘었던 보부상들의 처절한 삶이 젊은 날 저의 어머니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이 목숨 걸고 보부상들을 보호했듯 저의 어머니는 무한한 헌신으로 가족들의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혹시나 딸들이 기 죽을 새라 늘 깨끗한 옷을 입히고 거친 보리밥도 먹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늙어 92세가 된 어머니는 그 연세에도 여전히 재봉틀로 손수 파자마를 만들어 자식들과 지인들에게 선물을 합니다. 어머니의 공덕으로 저는 이제껏 평탄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소망합니다. 수상의 영광을 자랑스런 제 어머니 장채란 여사님께 바칩니다.

부족한 글을 선(選)해 주신 대구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군불처럼 따스한 글로 이 상에 부끄럽지 않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어설픈 제자를 문학의 길로 이끌어 주신 임헌영 선생님과 박상률 선생님, 이재무 선생님께 엎드려 절 올립니다. 수상 소식에 누구보다 더 기뻐해 준 가족들, 한국산문작가협회 문두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태풍 뒤의 가을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청명해 보입니다.



△경남 남해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국제PEN, 한국문인협회,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2008) 등 다수 수상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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