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대구, 수제맥주 대표도시 간다

대구, 수제맥주 대표도시 간다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9월2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안에 있는 야외콘서트홀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대구시가 후원하는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 발대식’이었다.

수제맥주산업발전협의회는 대구의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와 저변확대, 이를 통한 대구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7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대구의 3개 수제맥주 양조장과 관련 업체, 대학 등 학계·연구기관에서 참여해 수제맥주 산업화를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날 협의회와 공동주최 단체인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는 수제맥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대구지역 양조장 3곳에서 생산한 수제맥주 시음 행사도 곁들였다. 행사장소도 다른 단체의 발대식처럼 실내가 아니라 수제맥주 특성에 맞춰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야외공연장으로 정했다. 행사에는 초청 내빈 외에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최근 들어 대구에서 불붙기 시작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발대식을 가진 협의회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맥주 효모와 상품 개발, 수제맥주 아카데미 운영, 창업생태계 조성 등의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대구의 수제맥주산업 활성화 노력은 다른 도시에 비해 한걸음 늦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부산,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시도에는 많은 수의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들어서있고 이젠 이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들을 개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브루어리(양조장) 투어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에 갔다가 그곳의 양조장 7곳 중 한군데를 들러 견학과 시음을 한후 돌아온다든지, 울산 울주군 언양불고기를 맛보러 간 김에 인근의 양조장까지 들렀다 오는 것이 이젠 일반화된 관광코스가 되었다.

대구도 이날 발대식을 계기로 수제맥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이젠 협의회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댄다면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맥주 개발 등의 산업화 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가 수제맥주 산업 활성화에 앞서있는 다른 지자체를 따라잡고 앞서나가려면 해결해야 할 몇몇 과제들도 있다.

먼저 경북지역과의 협력이다. 수제맥주는 양조 및 판매만으로는 산업화에 분명 한계가 있다. 수제맥주는 농업, 제조업, 상업뿐만 아이라 관광업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의 핵심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예로 맥주의 주재료인 홉 농장은 대구지역에서는 어렵다. 대구 인근 경북지역에 대규모 홉 농장을 갖추고 대구경북이 공동으로 체험형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이 좋을 듯하다. 이미 충청북도 제천을 비롯, 경북 상주 등지에서는 매년 8월말~9월초에 홉 수확체험으로 서울을 비롯한 인근의 대도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몇년전부터 재배면적이 확 늘어난 홉 농장의 경우 다년생 덩굴식물이라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인해 화훼·장식용으로도 쓰일 정도로 보기가 좋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코스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대구에도 10여 개의 수제맥주 양조장이 들어서야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0개는 독특하면서도 좋은 맥주를 찾아다니는 ‘맥주 힙스터(hipster:유행등 대중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들이 찾는 도시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양조장 숫자이다. 이들이 대구로 몰려와야 입소문을 타고 차츰 일반인들까지 브루어리 투어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야구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Coors Field)가 있는 도시가 덴버다. 지난해 말 기준 양조장 수가 158개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도시이다. 4개 코스의 비어트레일(Beer Trail)이 이 도시에서 인기있는 여행 테마인 것처럼 대구의 10여개 양조장과 인근 경북지역의 대규모 홉 농장을 연계한 비어트레일도 가능할 것이다.

맥주는 음식과의 궁합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미 브랜드화 되어있는 대구10미와 어울리는 수제맥주를 개발해 짝을 지어주는 것도 수제맥주 산업화 이전에 해야 할 선결과제다. 푸드트럭이 처음 생겨난 도시로 유명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수제맥주의 도시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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