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슈추적/ 대구·경북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 아베 정부의 7월 초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시작된 국내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대구·경북에서도 전 품목, 전 연령층으로 확산하며 지속되고 있다.

두 달여가 지나면서 초기와 같은 항의 시위 등 직접적 대응은 줄었지만, 대신 어떻게 하는 것이 일본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따져보고 참여하는, 조용하지만 실속 있는 방식의 불매운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시, 도민들은 “언제까지 일본에 당하고만 살 수 없다”며 자발적 애국심을 발휘하고 있다.

7, 8월에는 일본 브랜드 점포 앞에서 벌이는 릴레이 시위 등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일본 여행 안가기 등 ‘개념 행동’이 대세가 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출발하는 일본행 항공 노선은 이용객 수가 격감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노년층은 물론, 초·중·고 학생들까지 나서 이번 일을 극일의 계기로 삼자며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본 잔재 청산 운동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편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불매운동에 찬성했고, 또 수출규제 철회 이후에도 일본제품 구매를 자제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1.8%에 달했다. 여론조사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달 8~9일 전국 만 20~4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 일본 안가기는 개념행동

대구~일본 항공 노선이 많이 감소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시, 도민들의 반일 정서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2일 대구공항을 운항하는 저가 항공업계에 따르면 6개 일본 노선을 운항하던 티웨이항공은 최근 삿포로 등 3개 노선 운항을 잠정 정지했고, 추석 연휴 이후에는 나리타, 오사카 등 2개 노선만 운항한다. 에어부산도 전체 5개 일본노선 중 9월1일부터 후쿠오카 1개 노선만 남기고 운항을 중단했다.

9~10월 신규 예약 상황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고, 향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이후에도 일본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 운항 축소를 결정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추석 연휴(9월12~15일) 일본 항공편 좌석 예약률의 경우 9월1일 기준 에어부산 45%, 제주항공 40%, 티웨이항공 20~30%대에 그쳤다. 이는 과거 추석 연휴 기간 평균 예약률 80% 선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시행된 8월 초부터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는 일본의 대표적 신발, 의류 업체인 ABC마트, 유니클로 앞에서 시민들의 1인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아베 정부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한 사람씩 교대로 매장 앞을 지켰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일제의약품 불매운동에는 약사들이 앞장섰다. 대구시약사회, 경북도약사회는 8월 초 일본의약품과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조용일 대구시약사회 회장은 “국내 유통되는 대다수 일제 약품은 국산, 외산 대체재가 있어 큰 문제가 없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불매운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제품은 매출 하락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일본 경제보복 조치가 처음 나온 지난 7월 한 달 대구권 7개 점포의 일본 맥주 매출이 전월 대비 50.7% 급락했다. 동네 마트와 식당가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아사히맥주 등 일본 제품은 판매진열대에서 아예 철거되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뒤편으로 옮겨졌고 식당 메뉴판에는 제품은 물론 일본어 표기도 사라졌다. 대구 수성구 한 음식점은 블로그에 ‘매장에 남아있던 일본산 수입 맥주를 전량 폐기했습니다. 당분간 일본 맥주 판매를 중단함을 알려드립니다’란 안내문을 올려놓았다.

◆ 반일운동, 친일잔재 청산도 가세

수출규제가 반일 정서를 자극하면서 친일잔재 청산 운동도 힘을 받고 있다. 경술국치일(1910년 8월29일, 한일병합조약 공포일)이었던 8월29일에는 태극기 조기달기 운동이 대구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또 일본 강점기 때 붙여 지금까지 사용 중인 대구 동성로, 송현로, 신기로, 대곡동 등의 지명을 원래 우리말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대구도시철도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 발표 이후 승차장이나 열차의 일본어 안내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전화도 잇따랐다.

포항시는 일제 잔재로 논란이 일었던 ‘포항지구 전투전적비’의 기단을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투전적비는 한국전쟁 당시 포항지구 전투에서 활약했던 국군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지만, 그 기단이 일본 강점기에 일본인 흉상을 받쳤던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논란이 일었다.

경북에서도 반일 구호와 아베 규탄이 이어졌다. 울진지역 시민단체 회원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지난달 9일 울진군청에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결의했다.

포항여성회 등 22개 시민,사회단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안가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8월14일에는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NO 일본 포항문화제’를 진행했다.

◆ 한·일 경제전쟁…지역경제 영향 및 대책

경북도는 8월28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구미, 포항 등 7개 지자체와 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 기업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간담회를 진행하고 일본 수출규제 대비책을 논의했다. 도는 철강 디스플레이 반도체 정밀화학 등 10대 특별관리품목으로 선정했다.

경북지역의 대일 수입액(2018년 기준)은 22억 달러로, 경북 총수입액 152억 달러 대비 15%를 차지했다. 기계, 철강, 화학업종 관련 품목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관련 기업이 집적해 있는 구미상공회의소는 8월13일 구미지역 기업체 대표, 경제지원 기관 및 단체 등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응책을 논의했다. 구미지역 국가별 수출입 현황(6월 기준)에 따르면 일본은 수출 6위 국(5억 달러), 수입 2위 국(8억5천만 달러)에 올라 있다.

특히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웨이퍼, 탄소산업 관련 기업들인 LG디스플레이(주), SK실트론, 도레이첨단소재 등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구미시는 이번 일본 수출규제로 구미지역에서는 반도체, 탄소, 기계 업종 등이 포함된 전체 제조업체 가운데, 약 10% 정도인 300여 개 업체가 직간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기계, 섬유 관련 업체가 수출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16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5.2%가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이 현재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내년부터는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대구지역의 일본 수입액(2018년 기준)은 6억5천73만 달러이며, 854개 기업체가 일본 기업과 거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재, 부품 가운데 대일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은 이차전지 제조용 격리막으로, 수입의 83.4%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외에 블랭크마스크용 석영유리판, 수치제어식 금속절삭가공용 선반, 수치제어식 연삭기, 수직형 머시닝센터 등도 일본 수출규제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및 특집부장

사진설명-

일본 아베 정부의 도발로 불 붙은 국내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두 달여가 지난 9월에도 차분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초기에 많았던 1인시위 등 직접대응 방식 대신 일본 여행안가기 등 일본에 실질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진1-일본 제품 불매 1인 시위


사진2-중·소형 마트의 일본산 제품 판매 중지


사진3-정부의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업종별 점검회의


사진4-일본 대마도 이즈하라의 썰렁한 음식점 모습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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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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