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우리 고장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좋은 먹거리를 뜻한다. 통상 반경 50㎞를 기준으로 한다. ‘신토불이’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때 좋은 먹거리란 신선하고, 안전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생산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2012년 전북 완주에서 첫 선을 보인지 7년 넘게 지났다.

현재 전국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229곳. 대구는 6곳, 경북은 9곳이 있다. 직거래 장터는 대구 20곳, 경북 30곳에 이른다.

로컬푸드가 농촌을 되살리는 순기능을 가졌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로컬푸드 직매장의 이종철 대표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모두들 떠나는 통에 농촌이 사라진다고 야단들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농촌도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로컬푸드 활성화가 훌륭한 해법입니다.” 그는 영농 종사자 고령화, 규모 영세화, 이농 등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든 농촌문제를 로컬푸드가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돈벌이만 되면 젊은 사람 농촌 돌아와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서는 미래가 없으니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농산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출하만 안정되면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온다. 이 대표의 확고한 믿음이다. 로컬푸드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뒤 2014년 재개장한 문양역 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94억5천만 원.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5%를 기록할 정도로 고성장을 이어왔다. 문양역 직매장은 납품 회원농가가 350여 곳에 이른다. 소비자 회원은 1만2천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구매실적이 있는 고객은 43만 명을 넘어섰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가 농산물의 수확, 포장, 가격결정, 매장 진열, 재고 관리 등을 직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모든 형태의 로컬푸드 사업이 순항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공급식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체급식이 주를 이루는 공공급식은 기획생산, 계약재배 등이 돼야 가능하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친환경 로컬푸드를 학교급식 등에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급식센터를 건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예산은 300억 원 규모였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에 학교급식 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연간 300억 원 이상의 현금 대신 대구시가 현물을 구입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일괄구매로 친환경 로컬푸드를 싼값에 구입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

---대구 대규모 공공급식센터 진척 없어

그러나 계획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300여 명의 학교 급식자재 공급업자들이 생존권 차원에서 격렬한 반대를 한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들이 단가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고품질의 로컬푸드를 납품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구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공공급식 특히 학교급식은 우수식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 현재와 같은 학교별 구입 시스템 하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힐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우수 농산품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구조가 정착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은 이미 공공급식센터를 통한 식자재 공급이 사실상 전면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역의 로컬푸드 생산농가는 소규모에 고령 농민이 절대 다수다. 공공급식센터가 설립되면 일정규모 이상의 농가나 전문 영농기업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먹거리의 유통과 안전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로컬푸드 사업이 성큼 성큼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로컬푸드가 나아가는 것만큼 보완책도 마련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로컬푸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답은 나와있다.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차근차근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정책은 없을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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