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고 삽시다

명진 지음/다산책방/316쪽/1만6천 원

이 책에는 명진 스님의 50년 수행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반백 년 선방에서 수행한 스님이 이 책을 통해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다. ‘마음에서 힘을 빼라’

그는 책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는 그를 출가로 이끈 물음이기도 하다. 스님이 나를 찾는 공부를 하고, 내가 나를 물으며 나의 길을 갈 때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나는 누구인가 물으면 알 수 없고, 알 수 없는 상태란 어떠한 것도 결정하지 않은 막막하고 불안한 상태다. 스님은 이 상태를 어떠한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상태라고 말한다.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방황을 시작한 사고뭉치 소년이 묻고 또 묻는 수행자가 되기까지 세속에서 20년, 출가하고 50년 동안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모두 공부가 되었다고 말하는 명진 스님의 생애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무엇이 행복이고 불행인지 알게 될 것이다.

“출가한 지도 오십 년이나 되니 사람들이 내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하곤 한다”라는 스님은, 일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관두고 싶을 때가 많다는 젊은이의 질문 앞에서 주저한다.

스님 자신 또한 미운 사람이 있으면 엄청 미워하곤 했고 치기 어린 행동으로 사람들과 다투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젊은 친구에게 마냥 ‘미운 사람을 다스려라’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스님은 자신이 모르는 일이라면 “모른다” 라고 말하는 수행자다. “사람들이 내게 하는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할 수 있다면 수행 생활을 오십 년 동안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고백한다. “답은 스스로 찾고 따져봐야 한다”라고 자신의 삶을 통해 말하고 있다.

명진 스님은 행자 시절 당대 최고의 스님으로 불리던 성철 스님 밑에서 수행하다 해인사 백련암을 뛰쳐나왔다. 승가 교육을 제대로 받아 ‘정석대로 수행한 잘 짜여진 수행자’가 되는 것보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라는 게 '출가를 했는가 안 했는가, 결혼을 했는가 안 했는가, 늙었는가, 젊었는가, 비구인가 비구니인가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스승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그러한 50년 수행 끝에 명진 스님은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모른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한다.

스님은 “격식, 체면, 권위가 아니라 얼마만큼 자기 마음을 비우고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지 그것 하나로 잣대로 삼는 게 수행이기에 수행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며 필히 삶으로 써나가야 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2011년 출간되어 6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스님은 사춘기’ 이후의 삶을 새롭게 담고 과거에 쓴 글 또한 지금의 마음을 담아 고쳐 쓴 개정 증보판이다.

평생 좌충우돌 살아온 명진 스님이 “힘 좀 빼고 삽시다”라고 말하니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명진 스님은 “끊임없이 좌충우돌 살아왔기에 오히려 평화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라고 말한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성찰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평화로워야 다른 사람에게도 평화를 전해줄 수 있다”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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