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가)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정식 공포했다. 이날자 관보에 개정령을 싣고 오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수출규제 시행세칙인 ‘포괄허가 취급요령 개정안’도 공개했다. 그러나 시행세칙은 기존 기조를 유지한 채 이미 규제에 들어간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국의 중재 등을 감안해 일단 속도조절에 나선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향후 한국 측의 대응을 보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시행세칙은 수출무역관리령의 하부 규정이다. 1천100여개 일본의 수출 전략 품목 중 어떤 것을 개별 허가 대상으로 변경할 지 결정하므로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개별 허가 품목이 추가되지 않음에 따라 직접 타격을 받는 분야는 현재로서는 반도체 부문으로 한정된다.

무역 관계자들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추가 수출규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추가 규제가 없을 경우 한국기업이 일본 CP(내부자율준수 규정)기업과 거래하면 원칙적으로 특별일반포괄혜택은 유지할 수 있다. 기존 화이트리스트가 받던 수준의 혜택은 일단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근본 기조는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과의 경제전쟁 확전을 유보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후 일본이 어떤 추가 규제를 취할지 주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CP기업과 거래하지 않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대구와 같은 중소기업 위주의 도시에서는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대책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보복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전으로 어어지거나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부문에서는 일본상품 불매, 일본관광 취소 등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 대한 국민적 성토 등을 배경으로 정부는 국제규범에 맞으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본과의 교류 취소 등은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자치단체나 지역 간 축적된 신뢰관계는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맞다. 일본배제 운동은 민간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일 간 경제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분야별 더욱 정리되고 다듬어진 대책이 필요하다.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