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운석 패밀리협동조합 이사장
▲ 박운석 패밀리협동조합 이사장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야구왕 베이브 루스, 나폴레옹, 레오나르도 다빈치, 노벨상 2회 수상자 큐리 부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캐릭터 네드 플랜더스,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지미 헨드릭스.

이들 10명의 공통점은 뭘까? 왼손잡이라는 사실이다. 2013년8월 타임지가 꼽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왼손잡이 ‘톱10’이 이들이다. 타임지 뿐만 아니라 해마다 8월이 되면 각종 매체에서는 왼손잡이에 관한 내용들로 넘쳐난다. 8월13일이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은 왼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활동의 하나로 ‘왼손잡이 협회’(Left-Handers Club)가 1976년 제정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왼손잡이는 힘없는 소수자였다. 오른손잡이들이 보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편견이 있었다. 왼손잡이 자녀에겐 왼손을 묶어놓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까지 오른손잡이로 바꾸려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왼손으로 숟가락을 들기라도 하면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군”이라며 측은해하기도 했다.

어쨌든 왼손잡이의 날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동안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일단 ‘왼’이라는 말부터 부정적이다. ‘왼’의 원형은 ‘외다’로 사전적으로 ‘그르다’의 옛말이다. 반면 ‘오른’은 ‘옳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오른쪽을 바른쪽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왼손잡이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어에서도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은, 정당한, 곧은 등의 의미를 가진다. 반면 왼쪽인 'left'는 쓸모없다는 뜻의 ‘lyft’에서 파생한 말이다.

그러나 내가 오른손을 쓴다고 해서 왼손을 쓰는 사람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또 대다수가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무조건 ‘왼손잡이는 나쁘다, 그러니 오른손을 써야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법이다. 세계 왼손잡이의 날을 제정한 숨은 뜻도 같으리라 짐작해본다. 왼손잡이가 세계 10%의 마이너리티라고 해서, 90%의 오른손잡이가 보기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오른손이 익숙하고 다른 사람은 왼손이 익숙할 뿐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요즘 이 둘을 너무 혼동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른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틀린 것이라고 몰아세우는 경향을 너무 자주 봐서일 게다. ‘나와는 생각이 다른 너는 틀렸다’라고 단정적으로 취급해버려서다. 무서운 세상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경우는 요즘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정치판이 더 그렇다. 호불호가 워낙 뚜렷하다 보니 아주 쉽게 나와는 다른 의견을 틀린 것이라 간주해버린다. 문제는 그 판단도 자의적으로 내리고 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 혹은 판단과 같지 않으면 틀린 것이라 단정해버린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심해지면서 상대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철저하게 배척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틀리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이해할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면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서로 헐뜯고 싸우게 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치권뿐만은 아니다. 온 사회가 마치 분노조절장애라도 생긴 듯 서로 으르릉댄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비로소 어울림이 생긴다는 걸 왜 모를까. 오른손잡이가 오른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듯 왼손잡이라서 왼손만 쓰는 것도 아니다. 전설의 왼손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도 코드를 잡는 오른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전쟁터에선 오른손에 들고 있는 칼뿐만 아니라 왼손에 들고 있는 방패도 중요한 법이다.

똑같은 목표를 두고 방법론이 다르다고 해서 ‘난 맞고 넌 틀렸다’고 몰아세우는 건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더군다나 적 앞에서는 말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은 일본과 경제전쟁 중이다. “왼손을 써야 이긴다”, “틀렸다 오른손을 써야 이긴다” 하는 싸움에 힘을 뺄 수는 없다. 항일(抗日)이든, 반일(反日)이든, 극일(克日)이든 방법이 다름을 인정하고 양손을 함께 써야 이길 수 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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