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7명 기소의견 검찰 송치…1급 발암물질 '1천405분의 1' 축소도

▲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경북 대기업 A 업체와 대구 측정대행업체 3곳(B·C·D사)을 적발해 7명을 기소의견으로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7명 중 대기업 임원 1명과 측정업체 대표 1명은 구속했다.

환경부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이유로 기업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A사가 석포제련소라는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상태다.

석포제련소는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실제로 측정된 수치를 조작하거나 측정하지 않았는데도 측정한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2016∼2018년 3년간 1천868건의 기록부를 B, C 업체로부터 허위로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석포제련소는 먼지와 황산화물 농도 값을 배출허용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하게 해 2017∼2018년 4차례에 걸쳐 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행법상 석포제련소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는 오염물질 농도를 스스로 정확히 측정해 결과를 기록·보존해야 한다. 다만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측정을 위탁할 수 있다.

석포제련소는 B, C 업체에 측정을 위탁하면서 조작한 값을 적은 기록부를 발급하게 하고 실제 측정값을 별도로 기록해 이중으로 자료를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석포제련소는 관련 자료를 수시로 파기하는 등 치밀하게 단속에 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 사례 중에는 1급 발암물질인 비소(As) 항목의 실측값이 배출허용기준(2ppm)의 19배를 초과한 39.362ppm인데도, 0.028ppm으로 낮춘 경우도 있었다. 수치를 1천405분의 1로 축소한 것이다.

석포제련소는 특정대행업체가 측정치 조작을 거부하는 등의 경우 수수료 지급을 미루는 ‘갑질’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포제련소 임원은 B업체 대표에 증거인멸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된 2명이 이 임원과 대표다.

3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석포제련소를 포함해 대구, 경북, 경남에 있는 911곳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로부터 측정을 위탁받아 2016∼2018년 3년간 총 1만8천115부의 기록부를 거짓으로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B, D 업체 대표는 보유한 측정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측정을 위탁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국가기술 자격증을 빌려 측정 인력 명의만 등록해서 써왔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이들은 자격증을 빌려준 사람에게 지급한 비용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약 2억5천만 원을 빼돌린 사실도 적발됐다.

환경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를 행정처분할 것을 대구시, 경북도, 경남도에 의뢰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역시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 수치를 조작한 실태가 확인됐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경부는 앞으로 측정 조작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 체계를 마련하고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점검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완훈 기자 pwh0413@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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