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까지 백종기, 성태진 작가 2인 전

▲ 백종기 ‘교복입은 태권브이’
▲ 백종기 ‘교복입은 태권브이’


롯데갤러리 대구점은 추억의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모티브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백종기, 성태진 작가를 초대해 2인전을 다음달 2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나의 추억, 나의 히어로’라는 주제로 작가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최초의 국산 로봇이자 SF만화영화 속 주인공인 태권브이는 당시(70-80년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대중적 아이콘이다. 태권브이가 탄생했던 70년대는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성장기로 급격한 빈부의 격차와 노동력착취, 지나친 경쟁, 그로 인한 정신적 갈등과 상실감 등 산업화의 폐해 역시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러한 시기에 천하무적의 강인한 로봇, 게다가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무기로 하는 히어로의 탄생은 많은 이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또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작품에 반영해 가는 미술가들에게도 색다른 영감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백종기는 10년 이상을 꾸준히 ‘추억’과 ‘로봇’을 소재로 작품을 하고 있다.

단단한 포맥스 재질로 된 저부조 형태의 입체작품은 밝고 경쾌한 색상으로 덧입혀져 로봇의 단단한 외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태권브이가 탄생했던 그 시절 복장을 한 채 과거의 상념에 빠져있거나 명품 로고가 새겨진 유행의 옷을 입고 분주한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백종기는 로봇이라는 대상을 통해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아버지이자 가장의로서의 의무감 등 자신의 삶을 통제했던 껍질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 성태진 ‘배틀오브 백두산’
▲ 성태진 ‘배틀오브 백두산’


대학과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성태진은 주로 목판 위에 글자를 새기고 그 위에 채색과정을 더해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연의 목판 제작방식과 최근의 캔버스 작업을 동시에 선보인다. 목판 위에 새겨진 작가의 로봇은 강인한 영웅으로서의 로봇이 아니다.

추리닝을 입고 오토바이로 배달하며 초라한 행색으로 술집에 앉아 시대를 한탄하는 고단한 삶에 노출된 나약한 인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자력갱생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목판 위의 소시민은 이제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해 나간다.

거대한 공룡에게 로케트 펀치를 날리며 천지를 탈환하고 캔버스를 종횡무진 누비며 우리의 욕망을 대신한 히어로를 표현하고 있다.

퇴색해버린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때 유행했던 만화영화 속 주인공 태권브이를 차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두 작가는 추억 속의 로봇이라는 공통된 테마에서 출발해 각기 다른 작업 방식으로 그들만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그들은 로봇에게 자신의 삶과 감정을 이입하여 인생의 달고 쓴맛을 표현하기도 하고 못다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우상화해 자신들의 염원을 각인시키기도 한다.

한편 전시기간 중 갤러리에서 태권V 페이퍼토이 만들기와 추억의 딱지 만들기 이벤트가 무료체험으로 진행된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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