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믿는 대로 될 수 있다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눈 부신 햇살이 청동색으로 빛나는 건물 지붕을 더욱더 푸르게 채색하고 있다. 2차 검색 대상이란 도장이 비행기 표에 찍혔어도 어쩌겠는가. 걱정일랑 접어두고 마음을 달래 찬찬한 검색에 임했더니 무사히 지구 반대편에 도착했다. 하얀 구름을 둥실 띄운 하늘이 멀리서 찾아온 객을 축복해주는 듯하다. 같은 지구촌에서 이렇게도 다른 세상이라니. 한국에서는 장마 소식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선글라스로 가리면서 다녀야 하다니 말이다. 뒤바뀐 밤과 낮을 맞으면서도 어느새 또 적응하게 되다니 참 신기한 우리 몸이지 않은가.

쏟아져 내리는 비를 창 너머로 바라보면서 정이 많은 우리네 식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같은 추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상념에 잠겨있을지 모르겠다. 한때 나라를 떠나서 잠시 살았던 집에 꼭 한번 가봤으면 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 소망을 이루기로 작정하고 한차례 내렸다가 다시 떠서 이동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비싼 비행기 요금 대신 잠깐 쉬었다 가는 편이 여러모로 편안할 것 같아 일단 저질렀다.

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서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의 세월이 지났다. 젊은 시절 살던 이국땅의 집 앞에 섰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우뚝 서 있는 집 건물은 말없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게이트를 밀어보니 그대로 열렸다. 아마 청소 시간이라 잠금을 해제해놓은 모양이다. 발길은 어느새 우리가 살던 방 앞에 닿았다. 아이들이 어려 낯선 땅에서 고생하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마음껏 성취하여 돌아가리라 다짐도 했던 시절,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때의 순간들을 값진 경험이 되었기에 추억의 시간이라 부르고 싶다. 풍경은 변함없는데 자주 만나던 이웃도 또 아는 얼굴도 하나 없다. 홀로 추억을 소환하여 행복했던 한때로 기억의 창고에 넣어둔다.

철부지들을 데리고 와서 살던 옛 기억 속의 그 집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햄버거 사달라고 손을 잡던 아이는 자라서 가정을 꾸렸으니, 정말 날과 달이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듯하다. 바삐 오르내렸던 학교와 병원에 들러 보았다. 그때 나를 초청해준 교수님은 이젠 노인학을 전공하러 먼 도시로 떠나셨단다. 어쩌면 아이를 보살피는 것과 연세든 어른을 돌보는 것의 뿌리는 같을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배려라는 차원에서는. 사랑의 열병으로 뜬눈으로 지새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로 가슴 두근거리던 밤을 보냈던 젊은 시절을 늘 간직하고 있을 노년이니 말이다. 젊은 한때 방황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었더라도 지나고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겠는가. 청춘의 한때, 힘에 겨워 지쳤더라도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온 시간이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지난날인가.

자연은 언제나 편안한 얼굴로 철마다 빛의 옷을 갈아입는다. 한결같아 보이는 그 자연 앞에서 큰 호흡으로 석양을 바라보면, 삶의 한순간 절실함으로 떨었던 젊은 날이,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이 문득문득 떠오르지 않으라. 오늘, 지금, 이 순간,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해야 할 것들을 잘 챙긴다면 말이다.

긍정의 아이콘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강조하지 않던가. 삶은 내가 믿는 대로 될 수도 있다고.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또 한 가지 육감을 더해서 그것을 믿으며 늘 밝고 힘차게 살아가야 하리라. 부정의 감정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늘 긍정으로 살다 보면 언제가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는가. 30년 이상 백만이 넘는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낙관적인 기대가 인생에서 성공과 성취의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별히 정한 매출을 꼭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직원은 비관적인 사원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냈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굳은 신념은 노력의 결과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스스로에 성공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다 보면 두뇌는 그것을 은연중에 사실로 믿고 또 그렇게 되도록 무엇이든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고 하지 않던가.

긍정적인 힘과 용기만 있다면 불행한 순간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삼복더위 중반이 지났으니 오래지 않아 시원한 바람 솔솔 부는 가을이 찾아올 것이리라. 아무리 더운 열기로 가득한 여름이 머무르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하지 않으랴. 우리 삶 속에서 순간순간 마음을 잘 다스리고 다독여가며 즐겁게 지내야 더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고 믿어보자.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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