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아베 마리아/ 김종철



아베, 아베 말이야/ 군국주의 혈통 자랑하느라/ 극우 정치 술수로 표심 자극하느라/ 천황폐하의 신민에게/ 위안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늙은 일장기 아래서 생떼 부린/ 버림받은 빈 깡통 아베, 아베 말이야// 녹슨 못 넣어 더욱 검게 한 콩조림 요리법처럼/ 등 굽은 녹슨 아베, 아베 말이야/ 일제 침략 역사를 더 검게 왜곡시킨 콩조림/ (중략)/ ‘늦었다, 하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다.’// 나치 사냥꾼 포스터가 붙은 베를린 벽보에/ 말뚝 소녀상도 통곡한다/ ‘아베는 늦었다. 하지만 야스쿠니 합사 분리는 늦지 않았다.’/ 아베 마리아!

— 계간 ‘시인수첩’ 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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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는 말은 네덜란드 속담이다. 그리고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아베 말이야’를 비틀어 조롱한 말이다. 라틴어 ‘Ave Maria’는 ‘안녕하세요, 마리아 님’ 정도의 뜻이다. 그런데 간단한 이 인사가 세계 종교사의 분수령이 됐다.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처녀 마리아를 찾아와 예수를 수태한 사실을 알리며 건넨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수태고지’이고, 음악으로 만든 것이 ‘아베 마리아’이다.

아베 내각의 경제보복에 우리 정부는 한 치 물러섬 없는 결연한 대응을 하고 있다. 국민들도 어느 때보다 비상한 마음가짐으로 불매운동에 나서며 모처럼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어 아베 정권을 압박하고, 일본 내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양심세력과도 제휴 연대하여 포위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아베를 반대할 뿐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도 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군사대국을 꿈꾸며 갈수록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을 우리가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아베정권이 종식되어도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단기간에 없어지긴 어려울 것이다. 그나저나 이 시점에서 아베의 퇴행적 행보에 정곡을 때리는 것은 적절한 일이고 향후 한일 양국 모두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자세이다. ‘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는 한 놈 패기 전략은 아베의 정수리를 겨냥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의 망치도 흔들림 없이 더욱 굳건한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이란 나라가 결코 호락호락하거나 쉽게 흔들릴 나라가 아니란 점을 분명이 인식시켜줘야 한다. 그게 사태를 빨리 끝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고 김종철 시인이 과거 시인협회장 재직 시 발표한 이 시는 한국 시인의 대표성을 지닌 일갈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시인은 아베를 ‘검은 콩조림’에 비유했다. 일본에선 검은 콩자반의 조리과정에서 녹슨 못을 넣는다고 한다. 콩자반이 반질반질하게 빛나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려는 그들의 전통 조리법이다. 녹슨 못의 산화철과 콩의 탄닌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이용한다.

그런 일본의 음식문화는 그들의 반성을 모르는 역사 왜곡을 상징한다. 겉은 번지레하게 보일지 몰라도 무리한 수작과 기교가 가미되어 결코 건강에도 이로울 리가 없다. 우리 민족의 가슴에 숱한 대못을 박은 그들에게 이제는 거꾸로 그들의 ‘대가리’에 못을 막을 기회가 온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징용에 끌려간 할아버지들의 원한을 담아 아베의 정수리에 힘껏 장도리를 내리치는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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