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식, 곽덕준, 곽훈 기획전

▲ 곽인식 ‘1972’
▲ 곽인식 ‘1972’


갤러리 신라는 다음달 24일까지 ‘1979년, 새로운 도전과 용기: 곽인식, 곽덕준, 곽훈’ 기획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 전후로 독창적인 예술관을 정립하기 시작한 이들 3인 작가의 전시를 통해 1970~80년대의 상황을 우리나라 주요 현대미술 맥락과 함께 비교해보며 그 해석 가능성을 새롭게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곽인식, 곽덕준, 곽훈은 모두 한국출신의 작가로서 해외(일본과 미국)에 각각 체류했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실험하고 고유의 미술 패러다임을 전개해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들은 시기적으로 1970~80년대라는 한국의 미술 시대상황과는 다른 맥락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다.



▲ 곽덕준 ‘타임 1986’
▲ 곽덕준 ‘타임 1986’


전시는 작가들의 1970~80년대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된다. 전시를 통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곽인식(1919~1988)의 미술사적 의의를 기리고 일본과 대구 미술계의 관계를 재조명해 본다. 또 재일교포 2세 곽덕준(1937~ )의 예술을 통한 이중의 정체성 극복과 보편성 추구를 확인하고, 곽훈(1941~ )의 미국 체류 시절 작품세계를 미술사적으로 재정립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곽인식은 대구 현풍 출생으로 일본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1950년대부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가 열리는 등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양화를 주류로 하는 일본 미술계의 전통적 흐름에서 벗어나, 1960년대부터는 입체와 오브제 등 공간 전체에 걸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진취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특히 1976년부터는 종이에 작은 타원형으로 단순화시킨 일정한 형태의 맑고 투명한 색상의 회화 작품을 제작해 유동적이고 복합적인 구성의 동양적 신비감이 넘치는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곽덕준은 일본 교토 출생의 재일교포 2세로 본관은 경상남도 진주이다. 1955년 교토 시립미술공예학교를 졸업했다. 사회비판적인 주제를 넌센스와 유머로 풀어내는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는 전후 일본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의 예술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그의 재일교포로서 이중의 ‘정체성’이다. 그가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줄자, 계량기, 신문, 잡지 등은 일상생활에서 진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들로 그는 이 대상들에 조작을 가해 모호함과 우울의 감정, 블랙유머가 뒤섞인 개념 작품으로 탈바꿈시킨다. 그의 작품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이면서 동시에 절대적 가치와 사회적 통념에 대한 도전이다. 1995년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00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그는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 곽훈 '기'
▲ 곽훈 '기'
곽훈은 대구 현풍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대를 졸업하고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1979년 작품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LA로 이주해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대학원에서 순수미술 과정을 밟았다. 동양적인 관조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미국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이후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46회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의 첫 작가로 참가한 그는 당시 옹기 설치 및 승려들의 퍼포먼스를 연출해 주목을 받았다. 기(氣)를 평생의 화두로 삼아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예술적 실험을 해오고 있는 그는 2012년 대구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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