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 이사랑

긴긴 밤 잠도 안 오고/ 수행이나 해볼 요량으로/ 한 톨 한 톨 쌀을 세었다/ 오천삼백 개/ 어림잡아 이 정도면/ 밥 한 그릇은 되겠다/ 아침에 밥을 지었더니/ 넉넉히 한 그릇이다/ 별짓을 다 한다 싶다가도/ 한 톨 한 톨의 쌀이 모여/ 밥 한 그릇이 된다는 것을/ 낱알을 세어봄으로 깨달았다/ 수백억 별 중 하나가/ 푸른 별 지구라는데/ 수십억 인구 중/ 한 사람은 누구인가?

- 시집 『적막 한 채』 (다시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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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의 생산을 위해서는 흙과 물, 햇살과 바람의 바탕은 물론 농부의 손길을 88번 받아야 한다. 그래서 여덟 팔(八)자가 맞붙여져 쌀 미(米)자가 되었다지 않은가. ‘일미 칠근’이란 말도 있다. 쌀알 하나를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뜻이다. 무릎 꿇고 수행하는 자세로 쌀의 낱알을 셀만 하다. 한 톨의 쌀을 만들기 위해 쏟는 농부의 땀과 정성을 알기에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 톨 한 톨의 쌀이 모여 밥 한 그릇’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 밥 한 그릇은 사람을 살리는 생명이다. 제 아무리 값비싼 고급 자동차라도, 최첨단 휴대폰도 그 자체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는 없다. 그러므로 농업은 언제 어느 곳에서도 오래된 미래이고 가장 진보적인 현재진행형이다. ‘수백억 별 중 하나가 푸른 별 지구’이고 그 지구에는 ‘수십억 인구’가 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아무런 걱정 없이 별을 헤고 있을까. 자신의 양식을 짊어지고 이 지구에 태어났을까. 지구별에는 그들의 먹을거리가 충분한가.

지난 7월11일이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세계 인구가 50억이 넘은 것을 기념하고, 인구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촉진시키기 위해 UN이 1987년 7월11일 제정했다. 현재 지구에서는 1분에 247명이 태어나고, 99명이 사망하여 분당 148명꼴로 인구가 늘고 있다. 1925년 20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1960년 30억, 1974년 40억, 1987년 50억 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10월말을 기해 70억을 돌파하였고, 현재 세계인구는 77억2천만 명이다. 우리나라는 처음 인구조사를 했던 1925년에 1,902만 명이었고, 2012년 5천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도 7월11일을 인구의 날로 지정하였는데, 유엔의 세계 인구의 날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유엔의 경우 급증하는 인구 문제로 발생될 문제에 대비하자는 측면이 강한 반면, 우리나라 인구의 날은 현재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이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이런 취지에 맞게 인구의 중요성과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알리는 출산 장려 행사를 펼치고 있다. 아시아는 면적이 약 20%에 불과하지만 세계인구의 약 60%가 거주하며 인구증가율 또한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독 인구 감소 추세에 있다.

다문화인구의 유입으로 간신히 감소율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인구는 너무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이므로 적정하게 유지되는 게 가장 좋다. 인간이 쓸 수 있는 자원이나 식량 등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구는 최대 80억 명이라고 한다. 2025년이면 지구인구가 80억 명에 도달할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계속 늘어나는 인구 문제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우리나라만 방향이 다른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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