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체제가 위협받으면서 국제적 분업 시스템이 깨지고 있다. 미·일 무역전쟁에 이어 우리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이 사실을 재확인케 한다. 이제 신 산업분야의 소재는 기술력을 완전히 갖춰야만 안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위험 분산을 위한 수입선 다변화도 발등의 불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과도한 일본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로봇, 헬스케어 분야의 신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핵심 기술을 서둘러 확보해 향후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은 지난 10일 “국내 로봇의 핵심부품인 구동부품은 일본 기업이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며 향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확대·지속될 경우 관련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로봇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이 중요해졌다. 로봇 산업이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이다.

대구시는 2017년 기준 로봇 기업 수(161개사)·매출액(6천647억 원)·고용(2천287명) 등 로봇 분야에서 전국 3위 수준이다.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전기, ABB 등 글로벌 로봇기업 중 5개 기업이 입지해 있고 로봇산업진흥원 본원이 대구에 자리하고 있는 등 로봇 산업의 중추도시다. 경북 포항시는 안전 로봇 실증시험센터를 갖추는 등 안전 로봇과 수중 로봇 인프라 구축으로 첨단 로봇 산업의 메카로 도약하는 등 경북도 로봇 산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로봇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성장해 2017년 약 3조 원 규모로 세계 5위 수준이 됐다. 하지만 2017년 국내 로봇 부품의 해외 의존도 59%, 최근 3년간 로봇 부품의 수출액 대비 수입액이 2배 이상 많은 등 로봇 산업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분야에 이어 로봇 산업의 부품 수급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재·부품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첨단 분야에서 소재·부품산업 기술력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의 주 종목은 국내에 일관 시스템을 구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주의가 어느 순간 아무 쓸모 없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 차제에 우리도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 수입선 다변화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 다시 또 당해서는 안 된다. 준비만이 살 길이다. 정부와 기업의 분발을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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