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을 위해 마련한 지하상가 주차장이 수년째 대구시 산하기관 직원들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지하상가 이용객에게 무료 개방토록 돼 있는 주차장이다. 그런데 이곳에 출입 차단 장치를 설치, 외부인 사용을 막고 범어지하상가에 입주한 대구시 산하기관과 대구시 교육연수원 직원들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주차장은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 참저축은행 뒤편 702㎡ 부지에 28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범어지하상가 부설주차장 3곳이다. 이 주차장은 2009년 범어지하도 상가 조성과 함께 부설주차장으로 마련돼 시민에게 무료 개방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부설주차장 3곳 중 2곳은 전자 차단봉이 설치돼 있고, 1곳은 쇠사슬로 입구를 막아 놓았다. 차단봉은 전용 리모컨으로만 열 수 있다.

이 주차장은 현재 범어지하상가를 관리하는 대구시설공단 소속 관리사무소와 대구문화재단 직원, 대구교육청 글로벌 스테이션 관계자들이 구역을 나눠 6년째 이용하고 있다.

범어지하상가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사용하려면 범어지하상가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직원이 도착해 리모컨으로 차단봉을 열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범어지하상가는 2009년 인근 주상복합아파트의 시행사가 공사비 484억 원을 들여 건립, 대구시에 기부채납한 것이다. 371m의 지하보도에 72개 상가가 입점할 계획이었으나 일반 분양이 안 돼 대구문화재단과 대구시교육청이 이곳을 ‘범어 월드플라자’로 이름 붙인 후 영어와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시로 지역 화가들이 전시회를 열고 있고, 초등학생들의 영어권 생활문화 체험교실이 열린다. 일부 공간은 예술가들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범어지하상가 주위에는 대단위 주상복합 아파트가 조성돼 있는 데다 네거리 곳곳에 대단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앞으로 지하상가 이용객이 크게 늘 전망이다.

대구시는 당초 범어지하상가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구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문화공간의 선결 조건이 접근성이다. 이곳이 지하철2호선 역사와 연결돼 있어 대중교통 이용객에게는 편리하지만 주차장이 없어 자가운전자에겐 기피 대상인 점을 알아야 한다. 되레 인근에 다른 주차장 용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겨우 갖춰놓은 공용주차장을 직원 전용으로만 활용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 편의를 외면하고 공무원 직분을 망각한 대구시설관리공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향적인 자세가 아쉽다. 관리 문제는 원격 조정할 수 있다. 하루빨리 주차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길 바란다. 공익이 우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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