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결혼이주여성 폭행사건 남의 나라 이야기 아냐||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상담 건수

#대구 달서구에 사는 태국 출신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남편은 아이가 왜소한 것이 아내 A씨의 양육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아내를 탓하기 시작했고, 폭력을 휘둘렀다.

#베트남 출신 20대 여성 B씨는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한국어가 서툰 B씨가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자 남편은 자신을 무시하느냐며 칼로 위협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최근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의 두려움에 떨며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이주여성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결혼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내 결혼 이주여성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역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내 결혼 이주여성은 2013년 6천147명, 2014년 6천511명, 2015년 6천665명, 2016년 7천321명, 2017년 7천637명 등 증가 추세다.

이주여성인권센터에 접수된 결혼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 관련 상담 건수도 2017년 631건, 2018년 585건, 2019년 1~6월 264건으로 꾸준하다.

강혜숙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자유권은 없고 통제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의 신원보증 등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안타깝다. 결혼 이주여성이 남편과 평등한 위치에서 살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 등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구 경찰은 지역 내 결혼 이주여성 가정 폭력 실태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송민헌 신임 청장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이주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 및 기관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청장은 “사건과 관련해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고 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통역을 대비하고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신경 쓰도록 할 계획”이라며 “애로사항 파악을 위해 여성보호계 및 외사계를 통해 실무자 토론 및 간담회를 열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남 영암경찰서는 8일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베트남 출신 아내 C(30)씨를 폭행한 한국인 남성 D(36)씨를 특수상해 및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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