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로 인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견 타당한 대응조치로 여겨진다. 기분 같아서는 더한 것도 하고 싶은 게 국민 심정일 것이다.

정부와 기업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이 우리 급소를 찔렀다. 이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기업과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정부는 면밀한 상황분석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SNS 등에는 유니클로 등 일본 의류를 시작으로 자동차, 오토바이, 음향기기, 악기 등은 물론 성인 용품까지 수십 종의 제품 및 제조사 이름이 ‘아베가 무릎을 꿇을 때까지 불매운동을 하자’며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 언론 및 경제계의 대응이 너무 민감한 것 같아 아쉽다. 우리도 여차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만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적정선에서 그치도록 하고 정부는 빨리 외교적 수순에 돌입해야 한다. 정부는 외교적 해법과 함께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앞서 펄펄 끓고 있는 반일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국민 모습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와 탯줄로 연결돼 있다시피한 밀접한 관계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의 관계다. 반도체 등 국제적인 시스템이 고리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한 쪽이 손해 보면 다른 쪽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자. 북한 핵 위협이 상존한 가운데 중국은 이미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일본과 경제 전쟁까지 벌인다면 우리나라는 기댈 언덕조차 없다. 그동안 큰형님으로서 한일 관계가 엉킬 때마다 조정자 역할을 해주던 미국마저 먼 산 불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바다 한가운데 던져진 일엽편주 신세가 됐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당장의 한풀이는 될지언정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촛불민심을 내세우는 현 정부가 일본에 대해 고강도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러면 악수만 두는 꼴 밖에 안 된다.

게다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착점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곤혹스럽기는 하지만 불매운동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재 강도를 점점 높이면 일본도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 할 터이지만 우리 경제는 되로 주고 말로 받아야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이럴 때 ‘떡(외교적 명분)’ 하나 더 주고 망망대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정만 앞세우다가는 판판이 당한다. 일본 전범 기업에 뺨따귀를 한 대 때려 잠시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마구잡이로 돌아오는 몰매는 어떻게 피할지 생각조차 않은 정부가 한심하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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