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협회장
▲ 이상관 대구광역시수의사협회장
지난주 피곤했는지 입 안이 헐어 며칠 동안 음식 먹기도 말하기도 어려워 여간 불편하고 아픈 게 아니었다.

이처럼 가끔 입안에 작은 염증만 있어도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신경이 온통 쓰이는 구내염은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에게도 엄청 고통과 불편을 준다.

특히 고양이에게서 잘 볼 수 있는 ‘구내염’은 흔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고양이 질환 중 가장 심각하고 복합적인 문제점을 일으키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의 입과 잇몸 등 구강 내에 염증이 생기는 고양이 구내염은 굉장히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먹이를 잘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 너무 아파 먹이를 먹다가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심한 경우 보호자가 입 근처나 턱 주변을 만지면 깜짝 놀라 피하기도 하고 그루밍을 못해 지저분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만약 고양이가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입을 열어 잇몸이나 혓바닥의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

구내염이 심해지면 입과 잇몸 뿐 아니라 혓바닥이나 입술, 심지어 목구멍까지 궤양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고양이가 구내염 진단을 받았을 경우 대부분 약물치료와 외과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증상에 따라 염증을 가라앉히고 세균감염을 막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약물치료만으로 지속적인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반드시 외과적 치료를 같이 해줘야 한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발치’인데 증상에 따라 80% 이상 모두 발치하기도 한다. 이때 조금이라도 이빨의 뿌리가 남아있으면 계속 구내염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심하고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는 질병이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해 치료한 후 왜 더 빨리하지 않고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을 주었나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은 고양이를 보고 한 말이 아닌가 싶을 만큼 보호자의 걱정과는 달리 고양이는 치아가 없어도 사료를 씹고, 먹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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