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혜 교육문화체육부장
▲ 윤정혜 교육문화체육부장




IB.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e Baccalaureat). 스위스 비영리교육재단에서 운영 중인 국제인증 교육과정이다.

6개월 넘게 설명을 듣고 또 들었지만 여전히 뜬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오죽할까. 불안감은 결국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질 거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IB교육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비싸고 근사한 외제차를 수입한 거 같다고.

IB의 교육철학과 과정, 취지 등은 대체로 타당하다. 순기능도 인정이 된다. 하지만 공교육 안에서 특권층이 생기고,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될 거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IB 교육을 도입하겠다고 전국이 떠들썩하다. 대구와 제주는 공식적으로 밝혔다. 충북교육청도 뛰어들 기세다. 얼마 전 교육감이 IB과정을 하고 있는 미국 학교를 다녀오고 난 뒤다. 서울이나 부산도 관심을 보인다. 세종시의 6개 초중고교에도 IB 시범학교 도입을 타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렵지만 IB를 풀어보면 이렇다.

‘역량 교육을 바탕으로 개념 이해와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설명된다.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으로 요약되고, 창의성과 역량을 높이는 과정쯤으로도 이해된다. 평가는 객관식이나 단답형이 아닌 학생의 생각을 쓰도록 하는 주관식이라는 점도 지금과 다르다.

암기위주 학습에서 벗어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평가 예시만 봐도 그렇다.

수능 국어의 경우, 토끼전의 일부를 지문으로 제시한 뒤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혹은 ‘1~5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도로 문제가 나온다.

하지만 IB ‘언어와 문학’에서는 이렇다. ‘모든 사람들처럼 문학가도 상반되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가치관이 작품 속에 나타난다. 적어도 2명 이상 문학가가 상반되는 가치관을 그들 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서술하고 어느 입장에 동의하는지 논하라.’

문학 작품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통찰력, 학습자의 논리와 생각이 분명해야 가능한 답변이다. 그래서 IB 고교과정 수료는 꽤 까다롭다.

교육 당국의 고민이나 우려도 여기에 있다.

초·중 과정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 차원에서 시범·후보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고교학위과정, 즉 IB디플로마다.

2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IB 고교학위과정은 까다롭다. 과목별로 심화된 과정의 적정 점수를 얻어야 한다. 2개 과목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IB기관에서 요구하는 인증 점수를 얻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대구외국어고등학교가 첫 인증 대상 학교로 예상되기도 한다.

특목고, 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또 다른 영재교육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외고, 제주국제학교, 자사고인 충남 삼성고 등 이미 IB과정을 하고 있는 학교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부모 경제력에 따라 교육력이 달라지는 지금 현실에서 IB교육이 공교육 속 또 다른 양극화를 부추기지 않을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IB관련 3차례 토론회를 열어 낸 결론도 사교육 추가 유발이나 교육 양극화 초래에 대한 걱정이다.

사교육 우려에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IB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지만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 불안함은 클 수밖에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IB만 검색해도 학습지나 입시전문 사설기관의 홍보가 쏟아진다. IB학원이 생기지 않으리란 장담도 할 수 없다.

교육과정 변화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을 해소하는 것도 당국의 역할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 말한 값비싼 외제차를 수입한 게 아닌 근사한 차를 만드는 토양 형성이 되도록 말이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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