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관리시스템 크게 부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스템이 크게 부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21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2천600드럼에 대한 핵종 분석 결과, 2천111드럼에서 핵종 분석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이하 방폐장)로 보낸 방사성폐기물 80%에 핵종농도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

원안위는이에 대해 “측정값을 잘못 써넣거나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자체개발 프로그램에 오류가 나면서 핵종 분석에 오류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핵종 분석에 오류가 있었으나 안전에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경주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에 반입된 방폐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경주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에 반입된 방폐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해 9월부터 6월까지 10개월간 전체 방폐물 분석 데이터 6만 개를 전수검증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원자력연구원이 한국수력연구원으로부터 위탁받아 분석을 수행한 원전 방폐물 3천465드럼의 분석 데이터도 조사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전수검증과 척도인자 유효성을 재확인하게 하고 검증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원자력연구원이 2015년 이후 경주 방폐장으로 인도한 방폐물 2천600드럼 중 80% 해당하는 2111드럼에 기재한 일부 핵종 농도 정보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원자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데이터 관리시스템에서 분류 과정에서 1천560드럼에 오류가 발견됐다.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확인하는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원자력연구원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연구원 관계자들의 잘못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분석된 농도값 대신 임의의 값을 적어낸 드럼은 609개에 이르고 계산 수식과 입력 데이터를 잘못 적용한 드럼도 900개가 확인됐다.

원래는 방폐물을 발생한 상황에 따라 분류해 핵종 농도를 분석해야 하지만 이를 임의로 합쳐 한 번에 분석한 드럼도 124개에 이른다.

데이터가 없는 드럼도 64개나 됐다. 이렇게 발견된 총 오류는 3천260건이다. 중복 오류를 제외하고 하나 이상의 오류가 발생한 드럼은 2천111개에 이른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이 핵종 분석 업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체계화된 업무 처리절차와 규정 마련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분석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족하고, 종사자의 교육과 분석과정의 문서화 등이 모두 미흡해 오류가 지속적으로 반복됐다”고 판단했다.



원안위가 오류값을 정정해 비교해보니 원자력연구원 방폐물의 핵종 농도는 경주 방폐장의 처분농도제한치 이내였다. 한수원이 의뢰한 원전 방폐물의 척도인자도 한수원이 사용 중인 값이 안전에 이상이 없는 유효범위 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과 공단 등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철저한 자체 분석을 통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며 “제도적 개선사항에 대한 검토도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조사결과에 따라 공단에서는 확인된 오류정보를 정정하고 처분방사능량을 재평가하는 후속조치를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조사에 따른 원자력안전법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과 개선대책은 다음 달 열리는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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