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고등학교 도서관 건물 외벽 벽돌 무너져||-L자형 고정철물 시공 안 돼 있어 부실공사

▲ 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상인동 영남고 도서관 건물 3층 외벽에 붙어 있던 벽돌 일부가 지하 1층 급식소로 떨어져 내렸다. 사고가 등교시간 이전에 발생해 다행히 다친 학생은 없었다. 이무열 기자
▲ 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상인동 영남고 도서관 건물 3층 외벽에 붙어 있던 벽돌 일부가 지하 1층 급식소로 떨어져 내렸다. 사고가 등교시간 이전에 발생해 다행히 다친 학생은 없었다. 이무열 기자
대구 달서구 영남고 도서관 건물 외벽의 벽돌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벽돌 외장재 공사에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안전장치인 ‘L'자 모양 고정철물이 발견되지 않아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영남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도서관 동 3층 외벽에 붙어 있던 적색벽돌 수십 장이 지하 1층 급식소로 떨어져 내렸다. 새벽 시간에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부산대학교 미술관 외벽 벽돌이 떨어져 건물 아래 있던 60대 환경 미화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불과 한 달 만이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무너져 내린 벽돌의 규모가 건물 외벽 4면 상당의 수십 장 분량이었고 높이는 10여m로 자칫 학생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에 발생했다면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장재 공사에 사용되는 L자형 고정철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 부실시공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건물 외관에 벽돌을 마감재로 사용할 경우 구조적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L자 모양 철물을 박은 후 벽돌을 올리고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접착제)를 바르는 기법이 통상 사용된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슨 이유인지 L자형 고정철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건축법에 적용을 받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고는 1992년 9월 준공돼 올해로 27년이 됐다. 학교 메뉴얼에 따라 1년에 두 차례 점검 및 자체점검까지 벌였지만 해당 문제에 대해 교육청으로 보고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시공한 지 20∼30년이 넘은 벽돌 외장재는 모르타르의 접착성이 떨어져 외벽 벽돌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구지역에 30년 이상 된 학교 건물은 모두 605동으로 전체(1천952동)의 31%다.

김철규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시공한 지 20년 이상이 넘은 벽돌 외장재는 모르타르의 접착성이 약해져 추락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로 인해 겨울에 수축한 벽돌이 해빙기를 맞아 팽창하면서 외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남고는 교육부의 내진 보강 사업에 따라 현재 정밀 점검이 실시되고 있는 만큼 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작업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는 내진성능평가는 지진 발생 시 건물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건축물의 구조적 평가이기 때문에 건물 외장재의 탈락 및 추락 징후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부산대도 정밀 점검에서 B등급을 받았지만 1년도 안 돼 외벽이 무너졌다”며 “노후 건축물의 안전 관리를 위한 실행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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