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함께한 50년

김도현 지음/행복에너지/448쪽/2만5천 원

우리가 알고 있는 일기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그리고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유명인이 쓴 일기는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가람일기’도 있다. 특히 가람일기는 날마다 밥먹고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책을 사고 어디를 가고 한 이야기를만 담겨 있다. 하지만 해당 기록 자체가 역사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소중한 자료가 된다. 내용의 경중을 떠나서 꾸준히 기록하는 행위와 기록물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시적 여백을 채워 넣는 사료가 되고 후손들에게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된다.

이 책은 장장 50년의 세월 동안 써 온 일기를 선집으로 모았다. 개인의 일기는 해당 인물이 살아온 대구라는 특정 공간과 시간의 구체성이 너무도 소상하여 역사가 빈칸으로 남겨둔 여백들을 채워주는 훌륭한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다. 1963년 이후 경상북도 대구라는 구체적인 공간, 지금은 듣기에도 생소한 ‘펜팔’을 통해 오가던 서울 친구 예희와의 따뜻한 추억, 아랫동네였던 대구 하동(下洞)이 수성동이 된 사연, 65년 왜관역의 풍경, 서울 홍제동과 천호동 여행기 등이 담겨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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