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차량 운행 중 화장실을 찾지 못한 택시기사들이 주택가 인적 드문 공터에 차를 세우고 담벼락에 급하게 소변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도 급해 실례를 하긴 하지만 동네 부인네들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서로 민망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경찰지구대, 동사무소, 은행 등 도심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 민간의 대형건물도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국만큼 화장실 인심이 후한 곳은 없다”며 “우리는 화장실문화 선진국”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공공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도나 터미널 공중 화장실까지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는 곳이 없다. 외국과 달리 화장실 사용료를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물 등의 화장실 개방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곳의 화장실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예외다. 이들이 화장실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선 운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회차지에 간이 화장실이 있으나 시설이 너무 열악해 한여름에는 들어가서 단 50초도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숨쉬기 조차 어려운 심한 악취에 해충까지 들끓어 고된 일을 마친 기사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단열처리가 안된 플라스틱 재질의 좁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열기 때문에 땀으로 샤워를 할 정도라고 한다.

대구지역 77개소 회차지 중 62개소 화장실이 재래식이다. 그나마 15개소는 화장실 자체가 아예 없다.

시내버스 회차지의 열악한 화장실 문제는 지난해 대구시의회에서도 문제로 지적되는 등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함께 적절한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 회차지가 개발제한구역이나 개인의 토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 수세식 설비가 불가능하다는 것. 개발제한구역은 허가 자체가 나지 않고, 임대부지는 임대가 해지되면 설치비용을 날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는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거쳐 고정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시에서도 벤치마킹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 개발제한구역이라 하더라도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생리적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관계 당국 간 행정협의를 거치거나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라도 시급히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화장실 문제가 지금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계속 방치돼서는 안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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