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경주 불국사역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지역민들의 불국사역을 존치시키자는 움직임이 거세다.

불국사역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11월에 문을 열고 영업운전을 시작했다. 1세기를 넘는 전통을 가진 불국사역이 2020년 말 동해남부선 일부 구간의 노선 변경에 따라 폐지가 결정됐다.

불국사역은 관광도시 경주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는 전초기지다. 역에서 불국사까지 3.6km에 불과, 예전에는 신혼 여행객과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걸어서 불국사 관광을 즐기곤 했다. 보문단지도 바로 인근에 있다. 역 주변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불국사를 비롯 성덕왕릉 등 역사문화유적이 즐비하다. 역 일대에는 상가와 먹거리 골목까지 잘 형성돼 있다.

불국사역은 동해남부선을 통해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를 잇는 중요 교통수단이자 이들 지역 관광객들의 주 이용역이었다. 요즘에는 승용차로 관광에 나서는 이들이 많지만 느림의 미학과 운치를 즐기고자 열차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불국사역은 최근에도 평일 2천 명, 주말엔 5천여 명이 이용하는 등 변함없는 서민들의 발 노릇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신경주역에서 내려 불국사를 관광하려면 1~2시간가량 걸리는 등 불편하기 짝이 없다. 부산과 울산 관광객들은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 불국사역이 폐지된다면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이에 주민들이 불국사역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민들은 불국사역을 살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체험 여행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는 등 다각적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입실~불국사~동방역의 기존 철로 역을 그대로 두고 동방~보문단지~세계문화엑스포를 연결하는 철로 노선 4km가량을 새로 깔아 관광 테마 열차를 운행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200여 명의 주민이 간이역의 성공 사례인 군위 화본역까지 기차여행을 하고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역무원도 없고 완행열차조차 서지 않는 군위 화본역은 주변 폐교 등을 활용한 체험문화 관광지로 꾸며 전국 최고의 간이역이 됐다. 관광객들이 몰렸다.

불국사역 존치를 위해서는 경주시민과 경북도민의 공감대 형성과 4km가량 새로운 철도선을 깔고 역사를 만드는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

불국사역을 살리기 위한 모임과 주민들은 존치 필요성을 널리 홍보하고 군위 화본역 사례를 잘 활용해 불국사역을 명물 역으로 되살리길 바란다. 국민 누구나 한번은 찾고 싶은 불국사역으로 거듭나려면 경주시와 경북도의 지원이 절실하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