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비공개 통화 내용을 유출해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29일 한국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외교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외교 기밀 유출 사건을 정쟁의 도구나 당리당략에 이용돼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문 대통령이 직접 꼬집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주재한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의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을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 의원과 이를 ‘공익제보’라고 두둔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청와대 대변인을 통한 ‘유감’ 표명 정도가 아니라 직접 대응한 점은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그대로 유출하고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한국당의 의도를 차단하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대응이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의 1대1 회담 성사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당과의 협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포정치와 압제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제1야당과 저를 향한 이번 집권세력의 공격은 의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하는 매우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겁박과 더불어민주당과 외교부의 고발에 이어 오늘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 쓴 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변명의 여지 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며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느슨해진 공직기강’을 바로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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