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분지로 형성돼 아름다운 산세와 절경을 자랑한다. 산을 오르다 문득 내려다보면 바쁘게만 돌아가는 도심의 모습을 보고 치열한 삶을 사는 나에게 잠깐의 여유와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파란 하늘을 보며 맑은 공기 속을 걸었을 때 다다른 대구 속 아름다운 전망대를 둘러본다.

◆ 대구의 허파, ‘앞산’을 올라보다

지난 23일 오후 7시 대구 앞산 안지랑골 입구에 도착해 앞산 전망대까지 오른다는 목표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앞산 전망대 등산길 입구에는 등산객 쉼터가 마련돼 있었다. 출발 전 휴식을 취하거나 자판기에서 물을 챙겨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평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따뜻해진 날씨 덕에 많은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200m 정도 올라가자 두 개의 길로 나뉘었다. 조명이 없는 흙길과 조명이 있는 시멘트 길이었다. 아직 해가 떠 있어 편안한 흙길을 선택해 올랐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졸졸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상쾌한 풀냄새를 맡으며 가뿐하게 올랐다.

해가 지기 전 노을이 드리운 하늘은 그림과 같았다. 빛이 드는 나무들은 노랗게 물든 단풍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황수미(47·여)씨는 “야간 산행을 할 수 있어 자주 들리는 산이다. 앞산은 조명이 있고 산길이 잘 닦아져 있어 오르기 좋다”고 말했다.

30분 정도 오르자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나왔다. 그곳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자 울창한 나무와 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언뜻 보이는 대구 도심의 모습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전망대를 오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노을이 지고 올라가기에는 훨씬 수월했다. 다소 쌀쌀한 바람에 허리춤에 묵었던 바람막이를 걸쳐 입었다. 1㎞가량 걷다 보니 600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졌다. 걷다 쉬기를 반복하다 문득 뒤를 보았을 때 야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계단만을 남기고 전망대에 다다랐을 때 보이는 전망대의 모습에 설렜다.

1시간을 올라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도착한 전망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구 시가지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맑은 날씨 덕분에 더욱 깨끗하고 또렷하게 대구의 곳곳이 보였다. 83타워, 성당못, 수성못, 대구시청 등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한쪽에는 사랑의 자물쇠도 걸려있어 전망대의 분위기와 운치를 더했다. 저마다 기념사진을 남기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에 흐뭇했다.

하산할 때는 금세 내려올 수 있었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한 고즈넉한 작은 사찰인 안일사와 약수터도 볼 수 있었다. 야경을 느끼며 걷는 또 다른 묘미도 느꼈다.

◆ 앞산의 이야기

앞산은 원래 ‘성불산’이 본래 이름이다.

대구 남구에 솟은 ‘앞산’은 투박하지만 특별한 이름을 가지게 된 데는 다양한 설이 많다.

대구 경상감영 공원의 ‘안산’이라는 말이 앞산으로 바뀌었다는 설과 대구의 앞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불리던 것이 고유명사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분지의 지형적 특성상 대구의 앞쪽에 위치한 산이라고 해 앞산이라 불린다고 한다. 1965년 대구시가 앞산 공원이라고 시설 결정하면서 앞산으로 이름은 굳어졌다.

앞산 공원에는 ‘안지랑골’인 특별한 이름을 가진 골짜기도 있다. 안지랑이란 명칭은 재밌는 설이 많다.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에게 패한 후 이 골짜기에 숨어 편안하고 안일하게 지내다 갔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부터 양녕대군이 피난 와서 머무르던 곳이었는데 대구가 살기 좋은 곳이고 자신이 편히 있어서 ‘안좌령’이라고 불린 설도 있다.

또 계곡의 물이 피부병을 낫게 해 앉은뱅이도 일어서게 했다고 해 안지랑이라 불린 설, 대구 중심가에서 안지랑이 계곡을 보면 물안개가 핀 모습이 아지랑이가 피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등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말이 변해 지금의 안지랑이가 됐다고 한다.

앞산은 해발고도 658m, 면적 1천677㏊로 좌우로 산성산 653m, 대덕산 546m를 거느리고 있어 늠름한 자태를 자랑한다.

세 산줄기의 북쪽 계곡에 조성된 공원이 앞산 공원이다. 앞산 공원은 대구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508만 평에 이르며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관광명소로 꼽힌다.

◆ 남구의 관광명소가 된 앞산의 구석구석

앞산은 도심에서 5㎞ 내에 위치해 있다. 각종 체육시설과 공원, 케이블카를 갖추고 있어 곳곳이 놀이시설이다.

특히 앞산 전망대는 대구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특별한 야경명소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앞산 전망대를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앞산 케이블카는 총 795m의 거리로 앞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 도착해서는 한폭의 그림 같은 대구의 경치도 구경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앞산 빨래터 공원, 고산골 공룡 공원, 낙동강 승전기념관과 충혼탑 및 청소년 수련원, 궁도장, 승마장, 도서관 등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골고루 갖춰져 있다.

앞산 공원은 대구의 남구, 수성구, 달서구 등으로 뻗어있어 8개의 골짜기와 앞산 자락길 등 등산로가 다양하다.

앞산 공원을 시작으로 앞산과 연계된 산책로와 산성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대덕산과 연계된 산책로가 있다. 다양한 산책로는 각각 2㎞에서 4㎞에 이르기 때문에 취향과 체력을 잘 고려해서 선택해 걸으면 좋다.

앞산 자락길은 13.6㎞의 거리로 기존 등산로와 달리 경사도가 낮은 지점들을 평평하게 연결해 편안한 산책길로 조성,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손쉽게 걸을 수 있다.

앞산에는 571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천연림에 가까운 참나무숲 33㏊, 잣나무단지 24㏊(1천400그루) 등 울창한 숲으로 이뤄져 연중 1천만여 명이 찾고 있는 명소다.

등산 후에는 고산골 음식점부터 앞산 맛 둘레길, 안지랑 곱창골목 등 100여 곳이 넘는 맛집이 구석마다 자리하고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 해가 지기 전 노을이 드리운 앞산의 나무들은 노랗게 물들어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 해가 지기 전 노을이 드리운 앞산의 나무들은 노랗게 물들어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 대구 앞산은 도심과 가까워 평일 야간에도 등산객이 몰린다. 사진은 앞산 야간 산행을 하는 등산객 모습.
▲ 대구 앞산은 도심과 가까워 평일 야간에도 등산객이 몰린다. 사진은 앞산 야간 산행을 하는 등산객 모습.
▲ 앞산 전망대 한쪽에는 사랑의 자물쇠가 걸려있어 전망대의 분위기와 운치를 더하고 있다.
▲ 앞산 전망대 한쪽에는 사랑의 자물쇠가 걸려있어 전망대의 분위기와 운치를 더하고 있다.
▲ 앞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 시가지 야경.
▲ 앞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 시가지 야경.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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