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이사장
▲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이사장
수제맥주의 도시 대구, 가능하다



대구가 수제맥주를 대표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다른 시도에 비해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 숫자조차 적은 도시인 대구가 한국에서 수제맥주로 알아주는 도시로 커 나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구 수제맥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멀리 유럽이나 미국까지 갈 것 없이 대구를 중국의 칭다오나 일본의 삿포로처럼 세계가 알아주는 맥주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수제맥주 관련 업계와 학계 인사들이 모여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주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에서 열린 ‘대구 수제맥주산업 활성화 협의체’ 구성을 위한 사전 모임이 그 출발이다. 수제맥주 업계와 학계 관련자 10여명은 이날 모임에서 대구 수제맥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조금 늦게 출발한 대구에 비해 이미 몇몇 지자체에선 수제맥주 대표도시로 나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제맥주가 농업, 제조업, 상업 뿐만 아이라 관광업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의 핵심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전북 군산시는 국산보리로 수제맥주 대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수제맥주원료를 국산화하는 맥아가공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군산은 이미 맥주 양조용 국산맥아 제조시설을 구축해 올 하반기에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강원도 홍천과 충북 제천은 국산 홉의 산업화에 나서면서 수제맥주 마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북 청도도 청도읍성맥주를 개발해 시판에 나서는 등 지자체마다 수제맥주 도시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구가 다른 시도에 비해 수제맥주 분야에서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 숫자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3월 기준 맥주 제조면허가 발급된 업체는 114곳. 이중 대구지역의 업체는 3곳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먼저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성공이다. 치맥페스티벌은 지난해 12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다만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에 정작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치킨과 맥주 산업의 양대 축을 중심으로 동반 성장해나간다면 치맥페스티벌도 더욱 성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구에서 수제맥주 축제가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고 소규모 양조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어서 수제맥주의 도시로 가는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다.

6월14일~16일에는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2019대구수제맥주 페스티벌’이 열린다. 대구에서 열리는 최초의 수제맥주축제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 축제는 대구MBC와 맥주전시회 전문기획사 GMEG가 준비했다. 국내 수제맥주 브루어리 15개사에서 참여해 120여종의 수제맥주와 다양한 글로벌 푸드, 라이브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2019문화관광유망축제로 선정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이어서 8월 마지막 주말엔 대구 달성군 사문진 야외상설공연장 일원에서 ‘사문진 비어(BEER) 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이 축제엔 전국의 수제맥주 양조장과 세계맥주 등 수십여개 관련사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올해들어 방천시장 김광석길 주변에 브루펍 2곳이 연이어 오픈했다. 브루어리(Brewary)와 펍(Pub)의 합성어인 브루펍은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파는 매장이다.

대구가 수제맥주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미 시장규모는 2017년 433억 원에서 지난해는 46.1% 커진 633억 원에 달했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0.69%, 2017년 0.96%에 이어 지난해에는 1.40%를 기록했다. 수제맥주는 청년고용효과도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103개 수제맥주 회사의 청년고용비율은 77.5%에 달했다.

8월 중으로 관련 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되면 대구도 본격적으로 수제맥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과 정책 제안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대구의 수제맥주 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