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숙, 여행하며 느낀 자연의 감흥 형상화||김미경, 어머니의 삶에 대한 기억 추상작업

▲ 강호숙 작
▲ 강호숙 작
리안갤러리 대구는 강호숙·김미경 작가의 2인전 ‘Transcendence(초월)’를 오는 7월8일까지 진행한다.

50대 중반의 두 여성 작가인 강호숙과 김미경은 각각 경영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30대에 이르러 미국의 프랫 인스티튜트(강호숙)와 파슨스디자인스쿨(김미경)에서 수학했다. 강호숙 작가는 현재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데 반해, 김미경 작가는 미국에서의 활동을 마무리 하고 국내에서의 활동의 폭을 서서히 넓히고 있다.

비슷한 예술적 이력을 가진 두 작가의 회화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주요 요소는 물질화된 빛의 표현이다. 이 빛은 물리적 차원과 현실을 ‘초월(transcendence)’하는 정신적인 영역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강호숙 작가는 캔버스의 전체를 작고 반복적인 점과 부채꼴, 원형으로 된 망을 촘촘하게 어우러지게 해 공간감과 밀도가 살아 있는 균질적 표면을 만들어 낸다. 이 회화 공간은 흰색과 회색톤의 바탕에 때로는 노란색과 붉은색이 가미돼 폭발할 듯 분출되는 빛의 에너지로 채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여러 가지 강렬 한 색채가 뒤섞이며 사물의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순간적인 빛의 밝고 경쾌한 변주, 리드미컬한 변화를 포착해 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회화는 자연 속에 내재하는 빛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통해 자신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정신적 차원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는 산이나 사찰, 바다 등을 여행하면서 느낀 자연의 감흥을 이렇게 결코 잡을 수 없는 빛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구체화했다.

▲ 김미경 작
▲ 김미경 작
단순한 형태의 사각형과 삼각형을 주조로 한 미니멀한 기하학적 추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김미경 작가에게 조형적 영감의 원천이 된 것 중의 하나는 어머니의 힘겨운 삶에 대한 기억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그녀가 자주 사용하던 보자기다. 작가에게 보자기는 정착하지 못하는 삶의 불안을 상징하는 것이자 평면에서 입체로 전 환될 수 있는 형태의 가변성을 내포한 것이었다. 즉 접는 방식에 따라 사각에서 사각 또는 삼각의 겹이 쌓이거나 물건을 쌀 경우 완전한 입체가 되기도 한다.

캔버스에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사각형은 이러한 보자기의 조형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자 순간적으로 투과되는 빛의 투명한 표면들을 포착한 것이다. 김미경은 기하학적 형태는 드 러나지 않는 생각과 마음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마음의 조각이자 시간의 조각, 그리고 보다 더 본질적인 근원의 조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문의: 053-424-2203.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